히비야 공원의 고대 스칸디나비아 비문석

북유럽과 일본 우정의 상징, 신지이케 연못가에서 만나는 역사의 흔적

About

히비야 공원의 푸르른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신지이케 연못가에 조용히 서 있는 석비가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1967년에 스칸디나비아 항공에서 기증한 ‘고대 스칸디나비아 비문역’이다. 이 비는 1957년 2월 24일에 유럽에서 북극을 경유해 일본으로 가는 항로가 개척된 것을 기념하고, 북극 항로 개설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비의 표면에는 바이킹이 사용하던 고대 북유럽 문자, 즉 룬 문자가 새겨져 있다. 이 문자들은 먼 북유럽 땅에서 긴 여정을 거쳐 이곳에 도달한 역사의 증인이며, 시간을 넘어 이국의 땅에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신지이케의 수면이 잔잔하게 흔들리고, 연못가에는 사계절의 꽃들이 만개해 있다. 봄에는 벚꽃이 연분홍 꽃잎을 바람에 흩날리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의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낸다. 가을에는 단풍이 선명한 색채로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겨울에는 고요함 속에 맑고 청명한 공기가 감돈다.

이 비의 존재는 먼 북유럽과 일본 사이에 쌓아 올린 우정의 다리를 상징한다. 1957년, 스칸디나비아 항공이 북극을 경유해 일본으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 것은 당시 항공 기술의 진보와 모험심의 결정체였으며, 세계가 더욱 가까워지는 첫걸음이었다. 그 10년 후, 1967년에 이 비가 세워짐으로써 양 지역의 유대가 더욱 깊어졌음을 말해준다.

히비야 공원은 메이지 36년(1903년)에 개원한 일본 최초의 서양식 공원으로, 도시의 소란을 잊게 해주는 고요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공원 안에는 이 외에도 남극 관측대가 가져온 ‘남극의 돌’이나, 필리핀의 국민적 영웅 호세 리살 박사의 동상 등 다양한 역사적 기념물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고대 스칸디나비아 비문역’ 앞에 서면, 먼 북유럽 땅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살랑이고, 시공을 초월한 여행자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다. 석비에 새겨진 룬 문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메시지로서, 방문하는 이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