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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쿄시의 주택가를 걷다 보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주홍색의 큰 도리이. 그 선명한 색채는 일상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방문하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도리이를 지나면, 돌계단 양옆에 자리 잡은 한 쌍의 신령스러운 여우상이 맞이해준다. 그 날카로운 시선은 참배객을 지켜보고 인도하는 듯하다. 돌계단을 다 오르면, 주홍색의 신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너머에는 마찬가지로 주홍색으로 칠해진 하이덴이 자리하고, 푸른 하늘과 초록 나무들에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이 신사는 쇼와 4년(1929년)에 교토의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에서 신령을 모셔와 창건되었다. 간토 지방의 이나리 신앙자들의 간절한 바람이 결실을 맺어, 이곳 히가시후시미의 땅에 새로운 신앙의 장소가 탄생한 것이다. 창건에 즈음하여 세이부 철도가 약 7,000평의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였고, 역 이름도 ‘가미호야역’에서 ‘히가시후시미역’으로 개칭되었다. 이 신사의 존재가 지역의 명칭과 풍경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이덴에서 두 손을 모은 후, 뒤쪽에 펼쳐진 ‘오쓰카’라 불리는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에는 주홍색 도리이가 여러 겹으로 이어져 있어, 마치 이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리이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크고 작은 신사와 석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각각에 상업 번창, 인연 맺기, 장수 등 다양한 신덕이 깃들어 있다. 이 ‘오쓰카’는 교토 후시미이나리타이샤의 이나리산을 본떠 만들어진 것으로, 참배객은 이곳을 돌며 더욱 깊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경내에는 이나리 신앙의 상징인 여우상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 모습은 때로는 엄숙하고, 때로는 사랑스러워 방문하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경내 한쪽에는 나카지마 비행기 무사시 제작소에서 순직한 분들의 위령비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어,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사계절 내내 다양한 제사가 성대하게 열리며, 2월의 하츠우마제, 6월의 혼구사이, 10월의 추계 대제 등 지역 주민과 참배객으로 붐빈다. 특히 하츠우마제에서는 가구라 공연과 마쓰리 음악이 경내에 울려 퍼져, 전통적인 일본 문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히가시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도시의 소란에서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있으면서도, 방문하는 이에게 깊은 평온과 활력을 준다. 주홍색 도리이를 지나 신비로운 ‘오쓰카’를 돌면, 일상의 피로가 치유되고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