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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기슭, 아오키가하라 수해 깊숙한 곳에 조용히 자리한 동굴이 있다. 그 이름은 ‘후가쿠 풍혈’이다. 이곳은 한때의 용암류가 만들어낸 자연의 신비가 숨 쉬는 장소이다.
동굴 입구에 발을 들이면, 바깥 세상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감싼다. 여름에도 내부 온도는 0도에서 3도 정도로 유지되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펼쳐진다. 천장에서는 수많은 고드름이 늘어져 있고, 빛을 받아 환상적인 빛을 발한다. 발밑에는 얼음 바닥이 펼쳐져 있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야 한다.
이 동굴은 한때 누에 알이나 씨앗의 저장고로 이용되었다. 그 서늘한 환경이 보관에 최적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동굴 안에 사는 바람의 신이 주변의 바람을 잠재운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그 때문에 매년 봄이면 바람의 신을 모시는 축제가 열리고, 동굴 앞에서 공물이 바쳐진다.
동굴 깊숙이 들어가면 천장이 낮아져 몸을 숙이고 지나야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그 너머에는 더욱 아름다운 얼음의 세계가 펼쳐져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벽면에는 용암이 식어 굳은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 자연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후가쿠 풍혈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들의 역사가 교차하는 장소이다. 이곳을 방문함으로써 우리는 자연의 위대함과, 그것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와 신앙을 느낄 수 있다. 동굴을 나오면 다시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푸르름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름다움과 정적은 방문한 이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