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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시타마치, 스미다구 료고쿠의 한 구석에 역사의 숨결을 지금도 전하는 작은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혼조 마쓰자카초 공원, 한때 기라 우에노스케 요시나오의 저택 터이다. 이곳은 겐로쿠 15년(1702년) 12월 14일, 아코 로시 47인이 습격을 감행한 무대로 알려져 있다.
공원 주위를 둘러싼 나마코 벽은 당시 고가(高家)의 격식을 떠올리게 한다. 이 벽 안으로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라 우에노스케의 좌상이다. 이 상은 아이치현 니시오시 기라초의 게곤지에 현존하는, 요시나오가 직접 50세 때 만들게 한 요기즈쿠리 좌상을 본떠 제작된 것이다. 온화한 표정을 띤 그 모습은 주신구라에서 그려지는 악역의 이미지와는 달리, 영지에서 선정을 펼친 명군으로서의 일면을 전하고 있다.
좌상 곁에는 ‘미시루시 아라이 이도’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습격 당시 아코 로시가 기라의 목을 씻었다고 전해지는 우물이다. 우물 가장자리에 손을 대면, 300년이 넘은 추운 밤, 눈 내리는 가운데 펼쳐졌던 역사의 한 장면이 뇌리에 떠오른다.
더 나아가면, 기라 가문의 가신 20인을 위령하는 석비가 눈에 들어온다. 습격의 밤, 주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매년 12월 14일에는 아코 로시 47인과 함께 그들을 추모하는 의사제가 거행되어, 역사의 비극을 조용히 기리는 사람들이 모인다.
공원 내에는 마쓰자카 이나리 다이묘진도 모셔져 있다. 이 이나리 신사는 원래 카네하루 이나리라 불리며, 에도 시대 초기부터 이 땅에 모셔져 있었다. 습격 이후 기라 저택 터를 정화하기 위해 이전되었고, 쇼와 10년에 우에노 이나리와 합사되어 현재에 이른다. 주홍색 도리이를 지나 두 손을 모으면, 시대를 초월한 신앙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이 공원이 존재하는 배경에는 지역 주민들의 깊은 애정과 노력이 있다. 쇼와 9년(1934년), 료고쿠 3초메 마치카이의 유지가 기라 저택 터의 일부를 매입해 도쿄시에 기증함으로써, 이 역사적인 장소가 공원으로 보존되었다. 현재의 공원은 당시 저택의 86분의 1 크기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역사를 후세에 전하려는 사람들의 열정이 담겨 있다.
공원을 둘러싼 거리 풍경을 걷다 보면, 에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건물이나 스모부야가 여기저기 있어 료고쿠만의 분위기가 감돈다. 근처에는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태어나 자란 곳도 있어, 그가 이곳에서 본 풍경과 느꼈던 공기가 작품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혼조 마쓰자카초 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그곳에는 역사의 무게와 사람들의 마음이 살아 숨 쉰다. 조용히 자리한 이 장소에서 과거를 떠올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