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가마쿠라의 깊은 곳, 오우기가야쓰의 고요함에 감싸인 해장사의 경내를 따라 나아가면, 조용히 자리한 암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쪽에 펼쳐지는 것은 신비로운 ‘십육의정’이다. 바위를 파내 만든 동굴 바닥에는 지름 약 70센티미터, 깊이 40~50센티미터의 원형 구멍이 세로와 가로로 각각 4열씩 정연하게 늘어서 있으며, 총 16개의 우물이 조용히 물을 머금고 있다.
이 우물의 이름은, 16체의 금강보살을 상징한다고 전해진다. 관음보살이 꿈속에서 개산에게 전했다는 전설에 따르면, “말세의 중생이 신심을 잃고 난치병에 시달리는 일이 많아진다. 홍법대사에게 전하여 금강공덕수로 가피하고, 이 물로 약을 달여 주면 악병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라고 한다. 그 후, 관음보살상이 나타나 동굴 안의 물을 가피하여 사람들에게 베풀었더니, 영험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 16개의 구멍의 진정한 목적은 아직도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 구멍들이 납골을 위한 것, 즉 ‘야구라’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가마쿠라 지역에는 절벽을 파내 만든 야구라가 많이 존재하며, 납골당으로 이용된 사례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동굴 중앙에는 석조 관음보살상이 안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홍법대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관음보살상은 1446년(분세이 6년)에 안치된 석상으로, 그 이전에는 청동상이 모셔져 있었다고 한다. 또한 관음상 왼쪽 벽면에는 1306년(가겐 4년)의 명문이 새겨진 아미타삼존래영도가 새겨진 판비가 끼워져 있었으나, 현재는 가마쿠라국보관에 기탁되어 있다.
이 신비로운 공간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깊은 고요함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십육의정은 가마쿠라의 역사와 신앙, 그리고 사람들의 기도가 응축된 장소이며, 그 신비로운 존재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