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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 구가이도의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짙은 초록에 둘러싸인 산골짜기에 초가지붕을 얹은 한 채의 찻집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에도 시대 초기부터 약 400년의 역사를 지닌 ‘아마자케 찻집’이다. 여행객들의 피로를 달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온 이 장소는, 지금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가게의 노렌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흙바닥이 발밑에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로리의 숯불이 조용히 타오르고, 연기가 천장으로 아스라이 피어오른다. 나무의 향기와 숯의 냄새가 어우러져 어딘가 그리운 공기가 감돈다. 벽에는 에도 시대 여행자들의 사진이 장식되어 있어, 시간의 흐름을 넘어 그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명물인 아마자케는 쌀과 쌀누룩만으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단맛이 특징이다. 설탕이나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무알코올로 완성된다. 한 모금 머금으면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여행의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에도 시대부터 변함없는 제조법으로 만들어지는 이 아마자케는, 그야말로 ‘마시는 링거’라고도 불리는 영양이 풍부한 한 잔이다.
치카라모치 역시 여행객들에게 사랑받아온 별미다. 비장탄으로 폭신하게 구워낸 떡은 겉은 고소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간장의 고소함이 돋보이는 ‘이소베’, 은은하게 단맛이 나는 콩가루를 묻힌 ‘우구이스’, 갓 간 검은깨를 섞은 ‘쿠로고마’(수량 한정) 세 가지 종류가 있으며, 각각 다른 풍미로 여행자의 입맛을 즐겁게 해준다.
이 찻집에는 아코우 낭사 중 한 명인 간자키 요고로와 관련된 일화가 전해진다. 에도로 향하던 도중, 마부인 우시고로가 말을 권했으나 거절하자 우시고로가 욕설을 퍼부었다. 요고로는 칼에 손을 대었으나, 큰일 앞의 작은 일이라 생각하고 눈물을 삼키며 참았고, 아마자케 찻집에서 사과문을 쓰고 무릎을 꿇어 사과했다고 한다. 이후 우시고로는 그때의 낭인이 간자키 요고로임을 알고 뉘우쳤다고 전해진다.
가게 안에는 여행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아마자케를 홀짝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밖으로는 하코네의 풍요로운 자연이 펼쳐지고, 사계절의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봄에는 새싹이 돋고, 여름에는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을에는 단풍이 산을 물들이고, 겨울에는 설경이 고요함을 선사한다.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이곳에는 변함없는 온기와 평온이 있다.
아마자케 찻집은 단순한 휴게소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넘어 여행자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장소이자,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맛보는 한 잔의 아마자케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어, 방문하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하코네의 산들에 안긴 이 찻집에서, 당신도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마음의 여행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