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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앞바다, 거친 파도를 가르며 솟아오른 작은 섬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군함이 떠 있는 듯한 모습에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섬이다. 이 섬은 한때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자, 산업 혁명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지만, 그 이면에는 잊혀져서는 안 될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19세기 말, 하시마섬은 해저 탄광 개발로 인해 급속히 발전했다. 좁은 땅 위에 빽빽이 들어선 콘크리트 건물들은 당시의 번영을 증명하듯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다. 그러나 이 번영의 그림자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의 강제 징용과 혹독한 노동이 있었다. 수많은 조선인들이 이곳으로 끌려와 해저 1000미터 아래의 막장에서 하루 12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그들은 석탄가루로 뒤덮인 어두운 갱도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일해야 했고, 제공되는 식사는 하루 한 번의 주먹밥이 전부였다. 가스 폭발과 낙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etoday.co.kr)
오늘날 하시마섬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관광지로 변모했다. 그러나 섬을 찾는 이들은 화려한 관광지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강제 징용의 역사를 인정하고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등재 이후 입장을 번복하며 강제 노역을 인정하지 않았다. 관광객들은 섬 곳곳을 둘러보지만, 강제 징용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고, 가이드의 설명에서도 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일부 지역은 접근이 제한되어, 실제로 조선인들이 생활했던 기숙사나 작업장은 볼 수조차 없다. (etoday.co.kr)
그러나 섬의 바람은 여전히 그들의 한숨을 담고 있다. 부서진 건물의 잔해는 그들의 고통을 증언하며, 바다를 바라보는 섬의 침묵은 그들의 절망을 대변한다. 갈매기 한 마리 울며 날아올라도 저게 다 조선 사람 넋이지 싶었다던 어느 생존자의 말처럼, 이곳의 하늘과 바다는 그들의 영혼을 품고 있다.
하시마섬을 바라보며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되새기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화려한 관광지로 포장된 이 섬의 이면에 숨겨진 아픔을 잊지 말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사의 교훈을 얻는 길이며,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우리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