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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기 공원의 푸른 나무들에 둘러싸인 한 구석에, 마치 현대 미술의 설치 작품 같은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건축가 사카모토 시게루가 설계한 ‘더 투명 도쿄 화장실’이다. 언뜻 보면, 선명한 색상의 유리로 구성된 투명한 상자가 공원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이 화장실의 가장 큰 특징은 외벽이 투명하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잠금장치를 걸면, 그 유리는 즉시 불투명하게 변해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구조다. 이 디자인은 공중화장실에 대한 ‘청결함’과 ‘안전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들어가기 전에 내부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사용 중에는 완벽한 프라이버시가 지켜진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기온 저하로 인해 유리가 불투명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10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는 항상 불투명한 상태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화장실은 낮에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밤에는 내부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빛이 공원을 은은하게 비춘다. 마치 등불처럼, 공원의 야경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이 화장실은 시부야구와 일본재단, TOTO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계되었다.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16명의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해, 시부야구 내 17곳의 공중화장실을 재설계하는 이 프로젝트는 공공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카모토 시게루는 종이관을 이용한 건축이나 재해 시 임시 주택 등, 사회적 과제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건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화장실 역시 그의 독창적인 접근이 반영된 작품으로, 공중화장실의 개념을 뒤집는 디자인으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이 화장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그 참신한 디자인에 시선을 빼앗긴다. 투명한 유리를 통해 보이는 내부의 청결함, 그리고 잠금장치를 걸면 즉시 변하는 불투명한 벽. 그것은 이용자의 안심과 쾌적함을 추구한 결과 탄생한, 기능미의 결정체다.
밤이 깊어지면, 화장실에서 새어 나오는 부드러운 빛이 공원의 어둠을 밝혀준다. 그것은 마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는 등불처럼,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