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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바현 시로이시 도미즈카의 고요한 한 구석에는 세월의 흐름을 넘어 서 있는 토리미 신사가 있다. 그 경내 깊숙한 곳, 짙은 녹음의 나무들에 둘러싸인 작은 사당 안에는 비불로 모셔진 ‘칸기텐’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 칸기텐은 메이와 8년(1771년)에 사이린지 관계자에 의해 객전의 재건을 기념하여 봉납된 것이다.
칸기텐은 다이쇼칸기텐 또는 쇼텐이라고도 불리며, 인간의 몸에 코끼리 머리를 가진 독특한 모습을 한 불교의 수호신이다. 그 상은 남녀 두 천신이 포옹하는 쌍신상으로 표현되며, 남녀 화합·인연 맺기·자녀의 은혜를 주는 신으로 많은 사람들의 신앙을 받아왔다. 이 신은 인도의 고대 신화에서 불도 수행자를 유혹하는 악인으로 등장하지만, 후에 불교에 받아들여져 장애와 곤란을 제거하는 수호신으로 재생되었다고 전해진다.
토리미 신사 경내에 발을 들이면 참도 왼편에 고신탑이 늘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키라레 고신’이라 불리는 고신탑이다. 이 고신탑은 호에이 3년(1706년)에 세워진 것으로, 원래는 센교도(생선길)라 불리는 길가에 세워져 있었다. 전승에 따르면 어느 날 밤, 생선을 운반하던 상인이 불덩이에 습격당해 두려움에 칼을 휘둘러 실수로 이 고신탑에 상처를 입혔다고 한다. 그 상처 자국은 지금도 남아 있어 당시의 일을 조용히 전하고 있다.
더욱이 경내를 나아가면 분카 9년(1812년)에 세워진 본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본전은 이켄샤 나가레즈쿠리 양식의 총 케야키(느티나무) 소목 구조로, 곳곳에 화려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특히 처마 기둥에는 용이 감긴 디자인이 한 그루의 나무에서 훌륭하게 조각되어 있으며, 현 내에서도 유례가 드문 귀중한 신사 건축이다. 또한 벽면의 판자에는 ‘이십사효’를 소재로 한 조각이 새겨져 있고, 남쪽 면에는 ‘요코’, 서쪽 면에는 ‘당부인’, 북쪽 면에는 ‘곽거’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이처럼 토리미 신사 경내에는 역사와 전승이 숨 쉬는 수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칸기텐의 사당을 찾아 그 고요함 속에서 기도를 올리면, 시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분위기에 휩싸인다. 이곳은 방문하는 이에게 깊은 감동과 마음의 평온을 주는, 바로 숨겨진 명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