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즈카(아다치가하라)

오니바바 전설의 발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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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한 새벽, 아부쿠마 강의 잔잔한 흐름이 안다치가하라의 들판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이곳은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오는 전설의 땅,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의 구로즈카이다. 이곳에는 한때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오니바바, 즉 '귀신 할멈'의 이야기가 깊게 스며들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는 한 노파가 외딴 오두막에 홀로 살고 있었다. 그녀는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하룻밤의 안식을 제공하곤 했지만, 그 친절함 뒤에는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밤이 깊어지면, 그녀는 본색을 드러내어 여행자들을 해치고 그들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노(能)극 '구로즈카'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수세기 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이 전설의 중심에는 관세사(観世寺)가 있다. 이 절은 천태종의 사찰로, 노파가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바위굴 '가사이시(笠石)'가 경내에 자리하고 있다. 이 바위굴은 거대한 암석들이 쌓여 이루어진 자연의 신비로움과 함께, 전설의 무게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 절의 경내에는 또한 '데바아라이노이케(出刃洗いの池)'라 불리는 연못이 있는데, 이는 노파가 사용하던 칼을 씻던 곳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장소들은 전설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방문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관세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아부쿠마 강변에 위치한 '구로즈카'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오니바바가 퇴치된 후 그녀를 매장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고요한 강물과 함께 서 있는 이곳은, 전설의 끝자락에서 그녀의 영혼을 위로하는 듯하다. 구로즈카 주변에는 평兼盛(たいらのかねもり)의 와카가 새겨진 비석이 서 있다. 그의 시는 이 땅에 얽힌 전설을 더욱 깊이 있게 전해준다.

이 지역은 또한 '안다치가하라 후루사토무라(安達ヶ原ふるさと村)'로 알려진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농가와 무가 저택이 복원되어 있으며, 가을이 되면 20만 송이 이상의 만주사카(曼珠沙華)가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이러한 풍경은 전설의 땅에 생명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구로즈카의 전설은 단순한 공포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 후회, 그리고 구원의 가능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노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과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둠을 직시하게 하며, 동시에 그 어둠을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을 품게 한다.

오늘날, 이곳을 찾는 이들은 전설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안다치가하라의 들판을 스치는 바람은 오랜 이야기를 속삭이며, 방문자들의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