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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가쓰시카구의 한적한 주택가를 걷다 보면, 갑자기 고요한 수면이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케나시이케’이다. 연못 주위는 연잎으로 뒤덮여 있으며, 한여름이 되면 그 푸름이 수면을 가득 메워 마치 초록색 융단을 펼친 듯한 광경을 보여준다. 연못가에는 세이류 신사가 자리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이 땅을 지켜보고 있다.
이 연못에는 흰 뱀이 산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한때 가뭄이 들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이 연못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그러자 곧 비가 내리기 시작해 논밭을 적셨다고 한다. 그 감사의 마음에서 연못가에 세이류 신사가 세워졌고, 물의 신으로서 흰 뱀이 모셔지게 되었다.
연못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케나시이케’는 ‘상처 없음의 연못’이 변형된 것이라는 설도 있고, 또는 ‘털 없음의 연못’이라고도 기록되어 있으며, 젊은 여성이 자신의 신체 고민으로 인해 이 연못에 몸을 던졌다는 슬픈 전승도 남아 있다. 그 때문에 세이류 신사에는 특정한 소원을 가진 사람들이 찾기도 한다고 한다.
쇼와 56년, 세이류 신사가 화재를 당했을 때, 요코야마 다이칸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용의 족자가 온전하게 남았다는 일화도 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인근에서 큰 뱀의 모습이 도로 위에 나타나는 신기한 사건도 보고되어, 이러한 이야기들은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연못 주변에는 낚시꾼의 모습도 볼 수 있으며, 헤라부나나 잉어가 잡힌다고 한다. 그러나 연못은 신성한 장소로 여겨져 낚시를 삼가 달라는 주의문이 게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휴식의 장소로, 아이들이 메다카를 잡으며 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도시의 소란에서 벗어나 고요함에 싸인 이곳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신비로운 평온함을 선사한다. 연못 수면에 비치는 하늘과,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연잎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에 서 있으면, 옛 사람들이 이 연못에 담았던 기도와 소원이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