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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깊숙이, 키요스미시라카와역의 승강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압도적인 철의 세계다. 벽면 전체에 펼쳐진 아트 작품 ‘20세기 문명의 화석’은 마치 시공을 초월한 유적처럼 방문객을 매료시킨다.
이 작품은 조각가 히구치 쇼이치로 씨에 의해 2000년에 제작되었다. 고토구에서 고도 경제성장기 동안 생산된 공업제품의 스크랩을 재활용하여, 도시의 역사와 재생을 상징하는 예술로 다시 태어났다. 못, 체인, 기어 등 한때 산업을 지탱했던 부품들이 기하학적 무늬를 그려내며, 철이 가진 차가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승강장 벽면은 164장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이 다른 레이아웃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이 패널들에는 히구치 씨가 엄선한 스크랩이 볼트나 용접으로 부착되어, 도시의 진화와 재생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작품은 빅뱅에서 시작되는 우주의 창조, 태양계의 형성, 일본 열도의 탄생, 그리고 도쿄와 고토 지역의 발전, 지하철의 탄생, 도시 재생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이 예술 작품은 영화 ‘철남’을 연상시키는 철의 공간을 만들어내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지하철 승강장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철의 예술로 인해 비일상적인 장소로 변모하며, 도시의 역사와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키요스미시라카와역의 승강장에 서면, 철의 차가움과 중후함이 피부에 전해지며, 도시의 고동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방문객에게 깊은 감회를 안겨준다. 도시의 역사와 재생을 상징하는 이 예술 작품은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비일상을 느끼게 하며, 우리에게 도시의 존재 방식을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