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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초의 조용한 골목을 걷다 보면, 문득 시선을 끄는 간판이 있다. 그것은 마치 쇼와 시대의 기동차 ‘키하’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철도 팬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간질인다. 이 간판이 가리키는 곳에는 컵술과 통조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선술집 ‘키하’가 자리하고 있다.
가게의 문을 열면, 마치 열차 객실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1층에는 카운터석이 늘어서 있고, 벽에는 전국 각지의 역명판과 철도 관련 소품들이 빼곡히 장식되어 있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면, 그곳에는 롱시트와 손잡이가 마련되어 있어, 마치 통근 전철의 객실 그 자체다. 이 공간에서 여행 도중 잠시 들른 듯한 기분으로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다.
메뉴를 펼치면, 전국에서 모은 다양한 컵술이 눈에 들어온다. 지역 명주부터 여행지에서 만날 법한 희귀한 한 잔까지, 종류가 풍부하다. 그리고 안주로는 40종류 이상의 통조림이 준비되어 있다. 대표적인 고등어 된장조림이나 야키토리부터, 조금 독특한 진미까지, 고르는 재미가 넓어진다. 통조림은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점주가 한 번 더 손질한 어레인지 메뉴도 인기다. 예를 들어, 콘비프를 통째로 튀긴 ‘혼카츠’나, 고등어 통조림을 우동에 얹은 ‘사바우동’ 등, 독특한 이름과 맛이 방문객들을 즐겁게 한다.
이 가게의 매력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철도 애호가인 점주가 모은 귀중한 철도 소품과, 가게 안에 흐르는 열차 주행음, 더불어 N게이지 철도 모형이 전시되어 있어, 철도 팬에게는 그야말로 성지라 할 만한 공간이다. 처음 방문한 손님끼리도 자연스럽게 철도 이야기에 꽃을 피우고, 어느새 옆 사람과 여행의 추억을 나누고 있다.
‘키하’라는 가게 이름은 국철 시대의 기동차를 나타내는 형식명에서 따온 것이다. 점주가 간사이 출신으로, 간토로 이주한 후 철도계 선술집을 개업할 기회를 얻게 되어 이 가게가 탄생했다. 가게 2층을 롱시트로 한 이유도, 박스 시트는 아는 사람끼리만 모이게 되지만, 롱시트라면 처음 만난 사람과도 이야기하기 쉽다는 배려에서라고 한다.
인형초 한 구석에 자리한 이 가게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을 제공한다. 컵술을 한 손에 들고, 통조림을 안주 삼아, 철도 이야기에 꽃을 피운다. 그런 한때가 일상의 소란을 잊게 해준다. 여행 도중 잠시 들른 듯한, 그리움과 새로움이 교차하는 곳, 그것이 ‘키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