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지 천체자육지장존

아이와 영혼을 위한 바람개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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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지 경내 북쪽, 안국전 옆길을 따라가면 약 1,300체의 지장보살이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한 구역에 다다른다. 이들은 ‘천체자육지장존’으로 알려져 있으며, 쇼와 50년(1975년) 이후, 아이들의 무사한 성장과 건강을 기원하거나 수자(유산·사산된 아이)의 공양을 위해 봉납된 것이다.

각 지장보살상은 빨간 니트 모자와 앞치마를 두르고 있으며, 손에는 다채로운 색의 바람개비를 들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바람개비가 돌아가며, 딸랑딸랑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모습은 마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이 바람개비와 의상은 부모들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거나, 세상을 떠난 아이에 대한 마음을 담아 바친 것이다.

지장보살은 불교에서 아이와 여행자, 임산부, 그리고 길 잃은 영혼의 수호자로 여겨진다. 특히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영혼을 구제하는 존재로 신앙되어 왔다. 전설에 따르면,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삼도천(사후 세계의 강) 가에서 돌을 쌓아 탑을 만들지만, 밤이 되면 오니(도깨비)가 나타나 그것을 부순다. 그 고통에서 아이들을 구하는 것이 지장보살이며, 그는 자신의 소매에 아이들을 안아 강을 건네준다고 한다.

이 천체자육지장존이 늘어선 길은 봄이 되면 벚꽃이 만개하여, 바람개비와 함께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매년 4월 셋째 일요일에는 ‘천체자육지장존대법요’가 거행되어, 치고(어린이) 행렬과 미코시(가마)가 경내를 행진한다. 이 법요에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공양을 기원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조조지는 도쿠가와 쇼군가의 보제사로도 알려져 있으며,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그 가운데, 이 천체자육지장존은 부모들의 깊은 사랑과 기도가 형태로 나타난,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간이다. 방문하는 이들은 바람개비가 도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