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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노시마 공원의 푸르른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은 건물이 있다. 그 안에는 한때 태평양을 항해했던 목조 참치 어선 ‘제5후쿠류마루’가 세월을 넘어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1954년 3월 1일, 비키니 환초에서 진행된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인해 이 배와 선원들은 ‘죽음의 재’를 뒤집어쓰고 방사능의 공포에 노출되었다. 그 후, 선체는 보존 운동 끝에 이곳에 안치되어 전시관으로 개관하게 되었다.
관내에 들어서면, 나무의 향기와 함께 정적이 퍼진다. 중앙에는 길이 약 30미터의 제5후쿠류마루가 당당하게 누워 있고, 그 선체에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새겨진 상처 자국이 보인다. 갑판에 쌓인 ‘죽음의 재’의 재현이나, 당시 선원들의 수기, 가이거 카운터 등의 전시물이 방문객들에게 당시의 참극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전시관 밖에는 쿠보야마 아이키치 씨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그는 피폭 후 “원수폭탄의 피해자는 나를 마지막으로 해주었으면 한다”는 말을 남기며, 세계에 평화에 대한 염원을 호소했다. 또한, 참치 위령비도 마련되어 피폭된 물고기들에 대한 위령의 뜻이 담겨 있다.
이곳은 핵의 공포와 평화의 소중함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살아 있는 증인이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깊은 감회를 안겨준다. 정적 속에서 과거의 사건을 되새기며, 미래의 평화를 기원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