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 발상의 '차나무'

후쿠오카시 쇼후쿠지 경내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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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어느 날, 나는 일본의 고대 도시 후쿠오카의 한적한 골목을 따라 걷고 있었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조용한 사찰의 경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일본 최초의 선종 사찰로 알려진 성복사(聖福寺)였다.

성복사의 경내는 고요함과 평온함이 감돌았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나무들이 우거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작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일본차 발상지의 차나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그 옆에는 키가 약 1.5미터 정도 되는 소박한 차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지만, 이 나무는 일본 차 문화의 기원을 상징하는 특별한 존재였다.

12세기 말, 선종의 고승인 에이사이(栄西) 선사는 중국 송나라에서 수행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차의 씨앗을 가져왔다. 그는 이 씨앗을 사가현 요시노가리초 마츠쿠마의 세이후쿠지 경내에 심어 일본에서의 차 재배를 시작했다. 이후, 그곳에서 자란 차나무의 후손이 이곳 성복사로 옮겨져 심어졌다. 이 차나무는 일본 차 문화의 뿌리를 상징하며, 에이사이 선사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840.gnpp.jp)

에이사이 선사는 차의 효능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음차양생기(喫茶養生記)'라는 책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 그는 차가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상세히 설명하며, 차를 마시는 습관을 널리 퍼뜨리고자 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차 문화는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일본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성복사의 경내를 거닐며, 나는 이 차나무 앞에 서서 오랜 세월을 거쳐온 차 문화의 깊은 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와 함께, 차 한 잔의 따스함이 전해지는 듯했다. 이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전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식물이 아닌 문화와 역사의 산증인이었다.

이곳을 떠나며, 나는 차 한 잔의 여유와 그 속에 담긴 깊은 역사를 다시금 되새겼다. 성복사의 차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일본 차 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자, 오랜 세월을 거쳐온 지혜와 전통의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