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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바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무로마치 NS 빌딩의 계단을 오르면, 그곳에는 시간을 초월한 공간이 펼쳐진다. 벽면 가득 장식된 다채로운 연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에도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에도 연은 가부키 등장인물이나 용맹한 무사의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그 힘찬 붓질과 선명한 색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연들은 마지막 에도 연 그림 장인으로 불린 하시모토 데이조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그 예술성에 숨이 멎을 듯하다.
관내에는 일본 각지에서 모은 약 3,000점의 연이 전시되어 있다. 나가사키의 바라몬 연은 오니와 무사를 모티브로 한 용맹한 디자인으로, 아이의 성장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첫 명절에 띄운다. 또한, 나고야 고류 연은 복잡한 뼈대와 먹의 번짐이 특징이며, 무사들이 은퇴 후 즐기던 취미로 탄생했다고 한다. 각 지역의 풍토와 문화가 반영된 이 연들은 일본의 다양한 전통을 이야기한다.
해외의 연도 다수 전시되어 있으며, 태국,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 각국의 독특한 디자인과 형태가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곤충을 본뜬 연은 실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여 장인들의 기술과 창의성에 감탄하게 된다.
이 박물관은 양식의 명점 ‘타이메이켄’의 창업자 모데키 신고가 자신의 열정으로 모은 컬렉션을 바탕으로 1977년에 개관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요리 콩쿠르 수상 시 에펠탑에서 일본 연을 띄워 파리 시민들을 놀라게 한 일화도 남아 있다. 그 열정이 담긴 이 공간은 방문객에게 일본 전통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정적 속에서 연들은 마치 바람을 기다리는 듯이 서 있으며, 방문객의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건넨다. 이곳은 시대를 초월한 장인들의 혼과 하늘에 대한 동경이 담긴 장소다. 일본바시의 한 구석에, 그런 조용한 감동이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