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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북서쪽, 한적한 거리인 이치조 도오리(一条通り)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의 틈새로 미끄러져 들어온 듯한 신비로운 공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곳은 대장군 상점가(大将軍商店街), 흔히 '요괴 스트리트'로 불리는 곳으로, 과거와 현재, 현실과 전설이 교차하는 장소이다.
이 거리의 기원은 헤이안 시대(平安時代)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연말 대청소를 마치고 불필요한 도구들을 거리로 내다 버렸다. 그러나 버려진 도구들은 인간들의 무심함에 분노하여, 백 년의 세월을 거치며 영혼을 얻어 '쓰쿠모가미(付喪神)'라는 요괴로 변신했다고 전해진다. 이 쓰쿠모가미들은 이치조 도오리를 따라 행진하며, 인간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알렸다. 이러한 전설은 '백귀야행(百鬼夜行)'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거리의 깊은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kyototwo.jp)
현대에 들어서, 대장군 상점가는 이 전설을 바탕으로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였다. 상점가의 각 가게 앞에는 개성 넘치는 요괴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예를 들어, 찻집 앞에는 '누라리횬(ぬらりひょん)'과 주전자 모양의 쓰쿠모가미가 손님을 맞이하며, 빵집 앞에는 식빵의 귀퉁이에서 태어난 '식빵 할아버지'가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kyototwo.jp)
매년 10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이치조 백귀야행'이라는 행사가 열려, 다양한 요괴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전설을 재현한다. 이 행사는 대장군 하치 신사(大将軍八神社)의 대제인 '텐몬사이(天門祭)'의 전야제와 함께 진행되어,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kyototwo.jp)
또한, 상점가의 커뮤니티 홀에는 '백귀야행 자료관'이 있어, 백귀야행 그림 두루마리의 모사본과 요괴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쓰쿠모가미와 관련된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kyototwo.jp)
이 거리의 매력은 단순한 전설의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요괴를 테마로 한 다양한 상품과 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요괴 카메라' 앱을 다운로드하면, 요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도 가능하다. (kyototwo.jp)
이치조 요괴 스트리트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과거의 전설과 현대의 창의성이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는 장소이다. 거리를 거닐며, 각 상점 앞의 요괴들과 눈을 마주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러면 이곳이 단순한 상점가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전설의 무대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