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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북쪽, 상쿄구의 한적한 거리 한 모퉁이에, 전설과 역사의 향기가 스며든 작은 다리가 있다. 이 다리는 '이치조 모도리바시(一条戻橋)'로 불리며, 그 이름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 다리는 평안 시대에 처음 세워져, 교토의 중심과 외곽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단순한 교통로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경계로 여겨졌다. 그러한 인식은 다리 주변에 다양한 전설을 탄생시켰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918년, 문장박사였던 미요시 키요유키(三善清行)의 아들 죠조(浄蔵)의 이야기다. 죠조는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급히 교토로 돌아오던 중, 바로 이 다리 위에서 아버지의 장례 행렬을 만났다. 그는 아버지의 관에 매달려 간절히 기도했고, 그 기도가 통했는지 아버지는 잠시나마 소생하여 부자 간의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 이후, 다리는 '모도리바시(戻橋)', 즉 '돌아오는 다리'로 불리게 되었다. (digistyle-kyoto.com)
또한, 이 다리는 전설적인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安倍晴明)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세이메이는 자신의 식신(式神)을 이 다리 아래에 숨겨두었다고 전해지며, 이는 다리가 신비로운 힘을 지닌 장소로 여겨지게 한 이유 중 하나다. (leafkyoto.net)
이러한 전설들로 인해, 이치조 모도리바시는 교토 사람들의 일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전쟁터로 떠나는 병사들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이 다리를 건넜고, 반면에 결혼을 앞둔 여성들은 이 다리를 피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다리의 이름이 '돌아옴'을 의미하여, 신부가 친정으로 돌아오는 것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kyotonikanpai.com)
현재의 다리는 1995년에 재건된 것으로, 현대적인 모습이지만 여전히 그 역사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다리 옆에는 우아한 버드나무가 늘어서 있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특히 봄이 되면 다리 주변의 벚꽃이 만개하여, 전설과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travel.navitime.com)
이치조 모도리바시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다. 그곳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 현실과 전설이 교차하는 신비로운 장소다. 그 다리를 건널 때마다, 우리는 교토의 깊은 역사와 그 속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