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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의 안개가 부드럽게 흩어지는 아침, 푸르른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사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은 일본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에 위치한 유도노산 총본사 류스이지 다이니치보입니다. 807년, 고보 대사 구카이가 창건한 이 사찰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앙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사찰의 입구에 서면, 오랜 세월을 견뎌온 초가지붕의 니오몬(仁王門)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 문은 1279년에 건립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니오몬으로, 양옆에는 위엄 있는 풍신과 뇌신의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문을 지나면, 운케이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인왕상이 사찰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문을 통과할 때마다, 마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경내로 들어서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100여 개의 관음상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관음상들은 약 400년 전, 당시의 쇼나이 번주 사카이 가문에 의해 봉헌된 것으로, 각각이 독특한 표정과 자세로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곳을 거닐다 보면, 마치 수백 년 전의 신앙심 깊은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본당으로 향하면, 고보 대사 구카이가 직접 조각한 비불인 금강계·태장계 대일여래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 불상은 6년에 한 번, 소띠와 양띠 해에만 공개되는 신비로운 존재로, 그 신성함이 더욱 깊게 느껴집니다. 또한, 본당에는 진여해 상인의 즉신불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그는 96세의 나이에 생매장되어 3년 3개월 후에 발굴되어 즉신불이 되었다고 전해지며, 그의 헌신과 신앙심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사찰의 역사 속에는 도쿠가와 가문과의 깊은 인연도 담겨 있습니다. 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의 유모였던 가스가노 츠보네는 이곳을 방문하여, 이에미츠의 장수와 번영을 기원했습니다. 그 후, 이에미츠는 감사의 표시로 금강계 대일여래상을 봉헌하였고, 가스가노 츠보네는 본당을 재건하였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사찰의 위상을 더욱 높여주었습니다.
사찰을 둘러싼 자연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구 경내에는 높이 약 27미터에 이르는 '황단의 삼나무'가 우뚝 서 있습니다. 이 나무는 경행 천황의 황자 미모로와케 황자가 이곳에서 서거했을 때, 그의 무덤에 심어진 것으로 전해지며, 약 1800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 나무는 현재 파워 스팟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류스이지 다이니치보를 방문하면,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신앙과 역사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고즈넉한 경내를 거닐며,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곳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