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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의 숲에 자리한 간에이지는 에도의 소란에서 벗어나, 고요함과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장소입니다. 1625년, 도쿠가와 이에미츠 공과 텐카이 대승정에 의해 창건된 이 사원은 ‘동쪽의 히에이산’으로서, 도쿠가와 쇼군가의 기원사 역할을 해왔습니다.
경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곤폰주도입니다. 이 본당은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기타인에서 이전해 온 것으로, 간에이 15년(1638년)에 이에미츠 공이 세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내에는 삼존의 목조 약사여래상이 모셔져 있으며, 그 고요한 분위기는 방문객의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경내를 더 들어가면, 기요미즈 관음당이 나타납니다. 1631년에 세워진 이 당은 교토의 기요미즈데라를 본떠 지어졌으며, 무대에서는 시노바즈 연못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드는 이 풍경은 에도 시대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습니다.
시노바즈 연못 중앙에 떠 있는 나카노시마에는 벤텐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와호의 치쿠부시마를 본떠 만들어진 이 섬과 당은 칠복신 중 한 분인 벤자이텐을 모시고 있어, 상업 번창과 학업 성취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신앙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때는 배로만 건널 수 있었던 이 섬도, 현재는 석교가 놓여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에이지의 역사는 에도의 번영과 함께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1868년 우에노 전쟁 때 많은 당우가 소실되어, 현재의 경내는 당시의 10분의 1 정도로 축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요미즈 관음당이나 벤텐도, 오중탑 등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방문객들에게 역사의 숨결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간에이지는 도쿠가와 쇼군가의 보제사로도 알려져 있으며, 역대 쇼군의 영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5대 쇼군 쓰나요시 공의 영묘인 조켄인 영묘의 칙액문과 수반사는 중요문화재로서 그 아름다움을 지금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경내를 걷다 보면, 시의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이 종은 마쓰오 바쇼가 “꽃구름, 종은 우에노인가 아사쿠사인가”라고 읊은 것으로 유명하며, 에도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도 아침저녁 6시와 정오에 울리며, 그 음색은 방문객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집니다.
간에이지는 사계절의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고요한 공간입니다. 벚꽃철에는 꽃놀이객으로 붐비고, 가을에는 단풍이 경내를 물들입니다. 역사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마음의 평안과 에도의 옛 자취를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