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인형의 집

세계 인형과 문화가 만나는 감성 박물관

About

요코하마의 항구 마을, 야마시타초의 한 구석에 자리 잡은 건물이 있다. 그 외관은 마치 장난감 상자를 뒤엎은 듯한 사랑스러움으로, 방문하는 이들을 부드럽게 맞이한다. 이곳은 ‘요코하마 인형의 집’이다. 세계 100개국 이상의 나라와 지역에서 모인 1만 점이 넘는 인형들이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이다.

관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1927년에 미국에서 선물 받은 ‘푸른 눈의 인형’이다. 그 맑은 눈동자는 시간을 넘어 일미 우호의 증표로서 빛나고 있다. 이 인형은 당시 아이들에게 이국 문화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는 존재였으며, 요코하마 항에서 떠난 우정 인형들과 함께 국경을 넘는 인연을 상징하고 있다.

더 안으로 들어가면 ‘월드 페스티벌’이라 이름 붙여진 전시실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각국의 민족 의상을 입은 인형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치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핀란드의 인형은 순록 가죽을 두르고 북유럽의 혹독한 추위를 이야기한다. 한편, 아프리카의 인형은 선명한 천과 구슬로 장식되어 대지의 박동을 느끼게 한다. 각각의 인형이 그 땅의 풍토와 문화, 역사를 조용히 들려준다.

3층으로 올라가면, 서양의 앤티크 인형과 일본의 고전 인형이 나란히 전시된 ‘컬렉션 몰’이 있다.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비스크 인형은 섬세한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마치 귀부인 같은 자태를 뽐낸다. 한편, 일본의 이치마츠 인형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아름다움을 지녀 일본의 정서를 전한다. 특히 인간국보 히라타 고요의 작품은 지금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사실감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박물관의 시작은 1979년 오노 히데코 씨가 자신의 컬렉션 약 2,000점을 요코하마시에 기증한 데서 거슬러 올라간다. 오노 씨는 일본 최초의 여성 통역사로서 세계를 돌며 그곳에서 인형을 모았다. 그녀의 열정이 이곳의 초석이 되었고,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인형들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전하고 있다.

관내를 둘러보면 때때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형들은 세대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되고 있다. 이곳 ‘요코하마 인형의 집’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인형을 통해 세계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소이다.

밖으로 나오면 눈앞에는 야마시타 공원의 푸르름이 펼쳐지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친다. 인형들의 이야기에 닿은 뒤의 마음은 신기하게도 가벼워지고, 세계의 넓이와 깊이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요코하마의 이 한 구석에서, 인형들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에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