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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시타마치, 다이토구 센조쿠 3초메의 한 모퉁이에, 한때의 요시와라 유곽의 흔적을 조용히 전하는 석비가 서 있다. 이곳은 에도 시대부터 쇼와 중기까지 일본 최대의 유곽으로 번영을 누렸던 장소이다. 지금은 고요함에 싸여 있지만, 한때는 화려한 불빛과 북적임으로 가득했던 곳이다.
요시와라 유곽은 1617년에 니혼바시 후키야초에 개설되었으나, 1657년의 메이레이키 대화재를 계기로 아사쿠사 절 뒤편의 센조쿠무라로 이전하여 ‘신요시와라’로 재흥되었다. 주위는 해자와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유일한 출입구인 ‘다이몬’을 통해서만 사람들이 오갔다. 이 닫힌 공간 안에서 유녀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가무와 다도를 즐기며, 방문하는 손님을 접대했다.
유곽 입구 근처에는 ‘미카에리야나기’라고 불리는 버드나무가 있었는데, 손님이 돌아갈 때 아쉬움에 뒤돌아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유곽 내에는 ‘오하기로 도부’라 불리는 해자가 둘러져 있어, 유녀의 도주를 막는 역할을 했다. 이 해자의 일부는 현재도 석축으로 남아 있어,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간토 대지진이나 도쿄 대공습 등 수많은 재해를 겪으며 요시와라는 여러 차례 재건되었으나, 1958년의 매춘방지법 시행으로 유곽으로서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그 후, 지역의 유지들에 의해 ‘하나요시와라 나고리비’가 세워져, 화려했던 역사를 지금에 전하고 있다.
현재 이곳을 찾으면, 조용한 주택가 속에 역사의 흔적이 점재해 있다. 요시와라 신사나 요시와라 벤자이텐 등 한때의 신앙의 장소도 남아 있어, 옛날의 번영을 상상하게 한다. 또한 주변에는 쇼와 초기의 건축 양식을 남긴 건물도 있어, 시대의 변천을 느끼게 한다.
이곳을 걷다 보면, 에도의 멋과 화려함,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휘둘린 사람들의 숨결이 들려오는 듯하다. 역사의 무대가 되었던 이 장소는 지금도 여전히 방문하는 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