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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부의 산들에 둘러싸인 구로타니 땅에 발을 들이면, 마치 시간의 흐름이 1,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감각에 휩싸이게 된다. 이곳은 와도 원년(서기 708년)에 자연 동이 발견되고, 일본 최초의 유통 화폐인 ‘와도카이친’이 탄생한 역사의 무대이다.
와도산 기슭에 펼쳐진 와도 유적은 지금도 당시의 모습을 진하게 남기고 있다. 산허리에는 노천 채굴의 흔적이 새겨져 있고, 자연적인 단층면이 노출되어 있다. 이 지질학적 특징은 이우시–구로타니 단층이라고 불리며, 구리 채굴이 이뤄졌던 증거로 지금도 조용히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와도산의 서쪽에는 와도 헌상이 이루어졌다고 전해지는 축산이 우뚝 서 있다. 그 산 정상에는 ‘和銅(와도)’라는 큰 문자가 새겨져 있어 멀리서도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역에는 와도 헌상과 깊은 관련이 있는 세이신 신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경내에는 와도 광물관이 병설되어 있다. 관내에는 자연 동을 비롯해 일본 각지와 해외에서 수집된 와도 관련 광석 350점 이상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에게 당시 광업의 번영을 전하고 있다.
또한 와도 유적 주변에는 구리 산출과 제련과 관련된 지명과 전승이 다수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와도자와, 도세이호리, 가나야마 등 지명은 한때 이 지역이 구리의 대산지였음을 말해준다. 게다가 지치부 고마를 타고 나라의 도읍으로 구리를 운반했다는 히쓰지 다유의 전설이나, 와도산에만 서식한다고 전해지는 ‘하나이카다’나 ‘히토하시오’와 같은 식물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전승은 와도 유적이 단순한 광산 유적이 아니라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품은 장소임을 보여준다.
와도 유적을 방문하면, 천 년이 넘는 옛 사람들의 숨결이 들려오는 듯하다. 산의 푸름, 맑은 공기, 그리고 역사의 무게가 조화를 이루며, 방문자의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 와도 유적은 단순한 사적이 아니라, 일본 화폐 제도의 여명기를 오늘날에 전하는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