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자카, 시간에 머문 옛길

자연과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가마쿠라의 조용한 오솔길

이 사진에는 산 사이를 뚫은 좁은 도로와 양쪽에 솟은 바위 벽이 보입니다.   わくさん

About

가마쿠라의 고요한 주택가를 지나, 조용히 자리한 오솔길로 발을 들이면 그곳에는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길은 ‘야토자카의 키리도시’, 통칭 ‘온나자카’로 알려져 있으며, 한때 테비로와 코시고에 마을, 카타세 마을을 잇는 옛길로서 사람들의 왕래를 지탱해왔다.

발밑에는 이끼가 낀 돌계단이 이어지고, 양옆에는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 우뚝 솟아 있다. 그 암벽 표면에는 오랜 세월이 새긴 풍화의 흔적이 엿보이며,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어우러진 깊은 역사를 느끼게 한다. 길 중간, 왼편에는 ‘야구라’라 불리는 암굴이 있고, 그곳에는 지금도 묘석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 장소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과 신앙의 터전이었음을 말해준다.

더 나아가면 길은 완만한 절개지로 변하며, 양쪽의 암벽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절개지는 에도 시대 말기에 테비로 마을 사람들이 경사를 완만하게 하기 위해 기부를 모아 절개 공사를 한 결과,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그 노력의 결정체가 지금도 이 땅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길가에는 고신탑이나 도소신이 점점이 놓여 있어, 여행자와 마을 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 석비들은 옛길로서의 역할을 해온 증거이며, 옛날의 번영을 상상하게 한다.

이윽고 길은 능선으로 이어지고, 그곳에서는 테비로의 거리 풍경이나 멀리 오오후나의 관음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이 전망은 긴 여정의 피로를 달래주고, 새로운 활력을 준다. 능선을 넘은 곳에는 다시 절개지가 나타나고, 길은 조용한 주택지로 이어진다.

이 ‘온나자카’는 가마쿠라의 일곱 입구와는 달리 관광지로서의 인지도는 낮지만, 그만큼 손대지 않은 자연과 역사가 짙게 남아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고요함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 장소에서 가마쿠라의 깊은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