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노인 묘지

고야산의 신앙 중심지, 고보 대사의 묘소 위치

About

고요한 새벽, 안개가 자욱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수백 년 된 삼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그들의 웅장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 길은 일본 와카야마현 고야산의 오쿠노인 묘지로 이어지는 신성한 참배로로, 약 2km에 걸쳐 20만 기가 넘는 묘비와 위령비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wakayama-rekishi100.jp)

이곳은 1200년 전, 진언종의 창시자인 구카이(弘法大師)가 입정한 장소로, 그는 지금도 이곳에서 명상을 계속하며 세계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기원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영혼이 깃든 오쿠노인에서는 매일 두 차례 '생신공(生身供)'이라는 의식이 거행되며, 이는 구카이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전통으로, 1200년 동안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습니다. (wakayama-rekishi100.jp)

참배로를 따라 걷다 보면, 무수한 묘비들 사이에서 일본 역사상 유명한 무장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다테 마사무네 등,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이곳에 묻혀 있습니다. 이는 생전의 원한과 대립을 넘어,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고야산의 깊은 포용력을 보여줍니다. (wakayama-rekishi100.jp)

참배로를 걷다 보면, '땀 흘리는 지장보살'이라는 전설적인 석상이 있습니다. 이 지장보살은 죄 많은 이들의 고통을 대신 받아 지옥의 불길을 견디며 땀을 흘린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오전 10시경에 땀을 흘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이는 인간의 죄업을 대신 짊어진 자비로운 존재로서의 상징입니다. (japanmystery.com)

또한,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우물'이라는 전설적인 우물이 있습니다. 이 우물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을 때, 만약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3년 이내에 죽음을 맞이한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이는 생과 사의 경계를 상징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japanmystery.com)

참배로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등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수많은 등롱이 빛을 발하며, 그 중에는 천 년 이상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등롱도 있습니다. 이 신비로운 빛은 구카이의 영혼과 함께,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평온과 위안을 전해줍니다. (tabi-mag.jp)

고야산 오쿠노인 묘지는 단순한 묘지가 아닙니다. 이곳은 생과 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성한 장소로, 방문하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합니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삼나무들의 속삭임과 함께, 이곳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우리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