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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 내해의 온화한 파도에 안긴 도모노우라는, 시간의 흐름을 넘어 숨 쉬는 항구 마을이다. 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돌길을 걷다 보면, 바다 내음과 함께 역사의 숨결이 느껴진다. 마을 중심에 우뚝 솟은 조야등은 1859년에 세워진 높이 약 5.5미터의 석조 등대로, 해중의 기초 부분을 포함하면 그 높이는 10미터를 넘으며, 현존하는 에도 시대의 조야등 중 일본 최대급을 자랑한다. 해질 무렵, 그 불빛이 켜지면, 항구를 오가는 선원들을 부드럽게 인도하고, 여행자의 마음까지 밝혀주었다.
항구 주변에는 간기라 불리는 돌계단 선착장이 펼쳐져 있고, 조수간만의 차이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그 풍경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하토라 불리는 돌쌓기 방파제는 바다의 고요함과 힘찬 기운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이러한 항만 시설이 에도 시대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은 국내에서도 도모노우라뿐이며, 그 역사적 가치는 헤아릴 수 없다.
마을 거리를 걷다 보면, 흰 벽의 창고와 격자문 집들이 줄지어 서 있어, 옛 번영을 지금도 전하고 있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면, 후쿠젠지의 대조루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세토 내해의 다도해 경치는 1711년 조선 통신사의 이방언이 ‘일동 제일 형승’이라 칭송할 정도로, 그 절경은 지금도 변함없는 감동을 준다.
또한 도모노우라는 사카모토 료마와 인연이 깊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1867년, 료마가 이끄는 해원대의 ‘이로하마루’가 기슈번의 군함과 충돌해 침몰한 ‘이로하마루 사건’의 무대가 되었다. 료마 일행은 도모노우라에 상륙해 마스야 세이우에몬 댁에 머물며 담판을 벌였다. 이 역사적 사건은 지금도 마을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더불어 도모노우라는 호메이슈의 발상지로도 유명하다. 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이 약미주는 찹쌀을 주원료로, 소주와 16종류의 일본·중국 약재를 사용해 빚어져 건강주로 사랑받아 왔다. 마을에는 지금도 오래된 양조장이 곳곳에 남아, 그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다.
도모노우라의 매력은 역사적 건조물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이 이어온 전통 행사와 축제, 그리고 따뜻한 인심이 방문객을 다정하게 맞아준다. 이곳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온화하게 교차하며,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