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도쿄 서부, 고가네이시의 푸르른 고가네이 공원 한 구석에는 시간의 흐름을 조용히 새기는 장소가 있다. 그곳은 에도 시대부터 쇼와 초기까지의 건축물이 숨 쉬는, 에도도쿄타테모노엔이다. 이 광대한 부지에는 도쿄 각지에서 이전·복원된 30채의 역사적 건조물이 늘어서 있어, 방문객을 과거 시대로 이끈다.
원내를 걷다 보면, 에도 시대의 농가 ‘요시노야’가 눈에 들어온다. 초가지붕 아래, 이로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재현되어 당시 농촌 생활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 옆에는 쇼와 초기의 목욕탕 ‘코다카라유’가 자리하고 있다. 궁전 양식의 호화로운 외관과 내부의 타일로 된 욕조가 한때 서민들의 휴식처였던 장소임을 말해준다.
더 나아가면, 메이지 시대의 정치가 다카하시 고레키요의 저택이 나타난다. 일본식과 서양식이 혼합된 건축 양식이 특징이며, 2·26 사건의 무대가 되기도 한 이 집은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또한 쇼와 초기의 사진관 ‘도키와다이 사진관’에서는 당시의 사진 기술과 가족 기념 촬영 풍경이 재현되어 있다.
원내의 건물들은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다. 각각의 건물 내부에는 당시의 생활용품과 가구가 배치되어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 펼쳐진다. 방문객들은 다다미의 촉감을 발바닥으로 느끼고, 나무 향기를 맡으며 과거의 생활을 떠올릴 수 있다.
사계절의 자연도 이곳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푸른 그늘이 시원함을 선사한다. 가을에는 단풍이 원내를 물들이고, 겨울에는 고요함 속에 설경이 펼쳐진다.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이곳은 몇 번을 방문해도 새로운 발견이 있다.
또한 원내에서는 전통 공예 시연이나 계절별 이벤트도 개최된다. 종이접기 교실이나 풍차 만들기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체험이 준비되어 있어 일본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이 에도도쿄타테모노엔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자, 미래로 문화를 전하는 장소이다. 이곳을 방문함으로써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와 삶을 접하고, 자신의 뿌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건축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삶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도쿄의 번잡함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에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과거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새로운 발견과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