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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 벤텐바시를 건너고, 바닷바람이 뺨을 스치면, 왼편에 조용히 자리한 기타료쿠치 광장이 나타난다. 그곳에는 하얀 석비가 조용히 서 있고, 에드워드 S. 모스 박사와 세 명의 일본인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 장소는 일본 근대 동물학의 여명을 알리는 곳이며, 동양 최초의 임해 실험소가 세워진 곳이다.
1877년, 미국의 박물학자 모스 박사는 샤미센가이 연구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그는 에노시마의 어부 오두막을 빌려 임해 실험소를 개설했다. 이 작은 오두막에서 일본 해양생물학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모스 박사는 불과 2년의 체류 동안 오오모리 패총의 발견과 도쿄대학에서의 교육을 통해 일본 동물학·인류학의 기초를 다졌다.
석비 앞에 서면,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당시 연구자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모스 박사는 일본의 풍속과 도자기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많은 물품을 수집했다. 이들은 현재 보스턴 미술관에 ‘모스 컬렉션’으로 보존되어 있다.
에노시마의 이곳은 과학과 문화가 교차하는 장소이며, 과거와 현재가 조용히 말을 건네는 곳이다. 방문하는 이들은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슴에 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