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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의 소란을 벗어나 야에스 거리를 걷다 보면, 중앙 분리대에 조용히 서 있는 한 장의 동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네덜란드인 조각가 L.P. 브라트가 만든 ‘얀 요스텐 기념비’이다. 두 개의 나침반이 천구의 형태로 조합되어 있으며, 왼쪽에는 얀 요스텐의 옆모습, 오른쪽에는 그가 탔던 네덜란드 선박 리프데호가 새겨져 있다. 중앙 상단에는 당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마크가 자랑스럽게 배치되어 있고, 하단에는 고지도를 연상시키는 태양 모티브가 빛나고 있다.
이 기념비는 1980년 4월 20일, 일네 수교 380주년을 기념하여 설치되었다. 얀 요스텐은 1600년(게이초 5년), 네덜란드 선박 리프데호로 윌리엄 애덤스 등과 함께 분고에 표착하여, 그대로 일본에 머물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신임을 얻어 외교 및 무역 고문으로 활약하며, 에도성 근처 와다쿠라문 밖에 저택을 하사받았다. 이곳은 그의 이름을 따서 ‘야요스가시’라고 불렸고, 후에 ‘야에스’가 되어 현재도 그 이름이 지명으로 남아 있다.
기념비 옆에는 높이 7미터의 ‘평화의 종’이 우뚝 서 있다. 이것은 1988년(쇼와 63년)에 주오구가 ‘평화 도시 선언’을 한 것을 기념하여 설치된 것으로, 네덜란드산 26개의 종이 사계절의 멜로디를 연주한다. 매 정시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도시의 소란 속에서 잠시의 정적과 평화를 느끼게 한다.
얀 요스텐의 발자취는 야에스 지하상가에도 새겨져 있다. 소토보리 지하 1번 거리에는 그의 기념상이 설치되어 있으며, 지하상가의 캐릭터로도 사랑받고 있다. 그의 일본명 ‘야요스(耶楊子)’가 변하여 ‘야요스’, 더 나아가 ‘야에스’가 된 지명의 유래를 알게 되면, 이 도시의 역사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도쿄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네덜란드와 깊은 역사적 인연을 가진 이 장소. 기념비와 종소리가 먼 이국에서 온 항해자와 일본의 만남, 그리고 그 후의 우호의 역사를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