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칸호 아이누 코탄

홋카이도 최대의 아이누 마을로, 전통 문화와 공예 체험 제공

About

아칸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곳, 그 호숫가에 자리한 아이누 코탄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은 아이누 민족의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마을로, 약 120명의 아이누 사람들이 모여 살며 그들의 유산을 지켜오고 있다.

코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양옆으로 늘어선 목조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각 건물은 아이누의 전통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는 장인들이 나무를 조각하거나, 섬세한 자수를 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공예품들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내려온 기술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아칸 호수 아이누 시어터 이코로'에서는 아이누의 고전 무용이 공연된다. 이 무용은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조상의 영혼과 신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사로룬 림세'라 불리는 두루미의 춤은, 두루미의 우아한 동작을 재현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표현한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그 여운에 젖어, 아이누 문화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코탄의 식당에서는 아이누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사슴고기와 산나물로 만든 '오하우' 스프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하며, 자연의 선물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누의 철학이 담겨 있다. 또한, 감자를 발효시켜 만든 '폿체이모'는 독특한 풍미로 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마을을 거닐다 보면, 중앙 광장에 세워진 '카무이 민타라'라는 야외 조각 작품이 눈에 띈다. 이 작품은 아이누의 대표적인 조각가인 '도코 누부리'의 손길로 탄생한 것으로, 곰, 범고래, 부엉이 등 아이누 신화에 등장하는 신성한 동물들이 새겨져 있다. 이 조각들은 신들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계를 상징하며, 아이누의 영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아칸 호수 아이누 코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아이누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지키고, 전승하며, 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아이누의 예술과 생활을 직접 체험하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이 하나로 연결된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이 마을을 떠나며, 여행자들은 아이누의 노래와 춤, 그리고 따뜻한 환대 속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아칸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아이누 코탄에서의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다시금 그곳을 찾고 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