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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의 북서 기슭,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깊은 곳으로 발을 들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펼쳐진다. 864년의 조간 대분화로 흘러나온 용암이 식어 굳어지고, 그 위에 새로운 생명이 움튼 이 숲은 약 1200년의 세월을 거치며 독특한 생태계를 길러왔다.
발아래에는 이끼가 낀 용암이 펼쳐져 있고, 츠가나 히노키와 같은 상록 침엽수가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아 있다. 그 사이를 누비듯이 소요고, 아세비, 미즈나라, 후지자쿠라, 단풍나무와 같은 활엽수가 색을 더하고 있다. 토양의 두께는 겨우 10여 센티미터에 불과하지만, 식물들은 용암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숲속을 걷다 보면 새들의 지저귐이 울려 퍼진다. 아카게라, 우구이스, 메지로 등 다양한 야생조류가 이 숲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다. 또한 용암 동굴에는 박쥐가 서식하고, 쥐나 두더지와 같은 작은 동물들도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아오키가하라 수해에는 후가쿠 풍혈이나 나루사와 빙혈과 같은 용암 동굴이 점재해 있다. 이 동굴들은 한때 얼음 저장고나 양잠업의 고치 보관 장소로 이용되었다. 동굴 내부는 연중 기온이 낮아, 여름에도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
이 숲에는 나침반이 미친다는 전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용암에 포함된 자성 광물의 영향으로 특정 장소에서 약간 바늘이 흔들릴 뿐이다. 그러나 숲의 경관이 어디나 비슷하기 때문에 산책로에서 벗어나면 방향 감각을 잃기 쉽다. 따라서 산책할 때는 산책로를 벗어나지 않고, 자연을 존중하며 걷는 것이 중요하다.
아오키가하라 수해는 그 신비로운 분위기로 인해 많은 전설과 이야기의 무대가 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 방문해 보면, 그곳에는 생명의 강인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숲속을 걸으며 나무들의 속삭임과 새들의 지저귐, 이끼 낀 바위들을 만지며 일상의 소란을 잊고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감각을 맛볼 수 있다.
이 숲은 자연의 재생력과 생명의 영위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방문하는 이들에게 아오키가하라 수해는 단순한 숲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주는 특별한 장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