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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야마 묘원의 고요한 오솔길을 걷다 보면, 푸른 나무들 사이로 조용히 서 있는 묘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에는 도쿄 제국대학의 농학자, 우에노 에이사부로 박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는 일본 농업토목학의 기초를 닦고, 많은 기술자를 길러낸 위대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 묘지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그의 곁에 작은 사당이 나란히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충견 하치코를 모신 비석이다.
1924년, 우에노 박사는 오랫동안 바라던 아키타견을 손에 넣고, ‘하치’라고 이름 붙였다. 하치는 매일 아침 박사를 시부야역까지 배웅하고, 저녁에는 역에서 그의 귀가를 기다리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25년 5월, 박사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하치는 주인의 귀가를 믿으며 매일 시부야역에서 기다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켰고, 곧 ‘충견 하치코’로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1935년 3월 8일, 하치는 1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사후, 우에노 박사의 묘 옆에 작은 사당이 세워져 하치의 충성을 기리는 비석이 되었다. 이곳은 주인과 반려견이 다시 나란히 쉴 수 있는 영원한 안식처가 되었다.
2016년 5월, 우에노 박사의 아내인 야에코 부인의 유골도 이 묘소에 안치되었다. 이로써 오랜 세월 떨어져 있던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어, 천국에서 재회한 듯하다.
아오야마 묘원의 이 한 구석은 사랑과 충성의 이야기가 조용히 숨 쉬는 곳이다. 방문하는 이들은 하치코의 불멸의 충성과 우에노 가족의 깊은 유대에 생각을 잠기며,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