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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소란에서 한 걸음 발을 들여놓으면, 그곳에는 시대를 초월한 이색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아사쿠사 지하상점가는 쇼와 30년(1955년)에 개업하여, 현존하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상점가로 지금도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전체 길이 불과 50미터 정도의 통로에 약 20여 개의 점포가 늘어서 있으며, 쇼와 시대의 향기를 짙게 남긴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면, 어스름한 조명이 비추는 좁은 통로가 나타난다. 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간판들이 줄지어 있고, 바닥에는 오랜 사용으로 인한 균열이 보인다. 그 틈새에서는 지하수가 스며나와 습한 공기가 감돈다. 그러나 바로 그 낡은 분위기야말로 이 지하상가의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통로를 따라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후쿠짱’이라는 이름의 야키소바 가게다. 쇼와 39년(1964년) 도쿄 올림픽이 열린 해에 문을 연 이 가게는 철판에 구워내는 야키소바가 명물로, 지역 주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알루미늄 접시에 담긴 야키소바는 진한 소스가 어우러져, 어딘가 그리운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더 나아가면, 선 채로 먹는 소바집 ‘몬쥬’가 나온다. 가쓰오부시로 우려낸 첫 육수와, 무첨가로 갓 삶아낸 소바가 자랑인 이 가게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영업하며, 바쁜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준다. 가는 소바 위에 바삭한 튀김을 올린 ‘카키아게 소바’는 단순하지만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는 한 그릇이다.
이 지하상가의 매력은 일본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태국 음식점 ‘몬티’나 베트남 음식점 ‘오센틱’ 등 다국적 음식점들도 줄지어 있다. ‘몬티’에서는 본고장의 태국식 볶음국수 ‘팟타이’가 인기이며,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쌀국수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한편 ‘오센틱’에서는 허브가 듬뿍 들어간 생춘권이나, 다진 돼지고기와 레몬그라스가 들어간 덮밥 등 베트남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이자카야 ‘탄보’는 35년 이상 부부가 함께 운영해오고 있으며, 아사쿠사의 예능인이나 엔카 가수들도 찾는 명소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지하상가는 쇼와 초기 건설된 일본 최초의 지하철인 긴자선 아사쿠사역과 직결되어 있어, 당시 최첨단 기술과 상업의 융합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함께 다른 지하상가들이 사라져가는 가운데, 아사쿠사 지하상점가는 그 모습을 바꾸지 않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쇼와의 흔적을 짙게 남긴 이 지하상가는 마치 타임슬립한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현대에 있어, 변함없는 매력을 뽐내는 이곳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