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고·고카야마의 갓쇼즈쿠리 마을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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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깊고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의 한적한 마을, 그곳에는 세월의 흐름에도 변치 않는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이곳은 바로 기후현의 백천향(白川郷)과 도야마현의 오가야마(五箇山)에 자리한 합장조리(合掌造り) 마을이다.

합장조리란, 두 손을 합장한 듯한 급경사의 지붕을 가진 전통 가옥 양식을 말한다. 이러한 지붕은 겨울철 폭설이 쌓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지붕의 경사가 급하여 내부 공간이 넓어져, 과거에는 이곳에서 누에를 키우는 양잠업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러한 건축 양식은 지역의 혹독한 자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지혜의 산물이다.

이 마을의 역사는 깊다. 13세기 중반, 정토진종의 개조인 신란(親鸞)의 제자 가념방 선준(嘉念坊 善俊)이 이 지역에 도장을 세워 교화를 시작했다. 그 후, 15세기 중반에는 신슈국에서 진출한 우치가시마(内ヶ島) 씨가 백천향을 지배하며, 마을은 더욱 발전하였다. 그러나 1585년의 대지진으로 우치가시마 씨의 귀운성(帰雲城)이 붕괴되며, 마을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 지역의 주민들은 혹독한 자연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켰다. 양잠업은 물론, 화약의 원료인 염초(塩硝) 생산, 그리고 화지(和紙) 제조 등이 그 예이다. 특히, 염초는 합장조리 가옥의 지하에서 생산되었으며, 이는 가옥의 대형화와 다층 구조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다.

마을의 풍경은 사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분홍빛으로 물들고, 여름에는 푸른 산과 맑은 하늘이 조화를 이룬다. 가을에는 단풍이 마을을 붉게 물들이며, 겨울에는 하얀 눈이 마을을 덮어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아름다움과 전통을 간직한 백천향과 오가야마의 합장조리 마을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인정받은 결과이다.

마을을 거닐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전통 가옥 사이로 현대적인 편의 시설이 조화를 이루며, 주민들은 옛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단순한 관광을 넘어, 일본의 깊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합장조리 가옥의 독특한 구조와 그 안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