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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소란에서 한 걸음 벗어나 시나가와구 미나미오이의 한 구석에 발을 들이면, 그곳에는 시간이 조용히 머무는 장소가 있다. 한때 ‘스즈가모리 형장’으로 알려졌던 이 땅은 에도 시대의 흔적을 지금에 전하는 몇 안 되는 사적 중 하나이다.
1651년(게이안 4년), 에도 막부는 이곳에 처형장을 설치했다. 도카이도에 면해 있고, 에도의 남쪽 관문으로서 많은 여행자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죄인의 처형을 공개함으로써 범죄 억제 효과를 노렸다고도 전해진다. 당시의 형장은 폭 약 74미터, 깊이 약 16미터라는 광대한 부지를 자랑했으며, 22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형장 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높이 3미터가 넘는 ‘다이묵 쿠요토(제목공양탑)’이다. 이 석탑에는 ‘남묘호렌게쿄’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으며, 겐로쿠 11년(1698년)에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그 뒤에는 처형에 사용되었다고 전해지는 대석이나, 죄인의 목을 씻었다고 하는 우물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유구들은 당시의 엄격한 형벌 제도와 그 아래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한을 지금에 전하고 있다.
이곳에서 처형된 자들 중에는 역사나 문학에 이름을 남긴 인물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게이안의 변의 주모자인 마루하시 주야나, 방화죄로 화형을 당한 야오야 오시치 등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가부키나 고단을 통해 후세에 전해지며, 에도 시대의 세태와 사람들의 정념을 비추고 있다.
형장 터 한쪽에는 니치렌종의 절인 다이쿄지가 세워져 있다. 이 절은 처형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하며, 경내에는 많은 공양탑과 석비가 늘어서 있다. 방문하는 이들은 이곳에서 두 손을 모으고, 과거의 비극을 떠올릴 수 있다.
또한, 형장 터에서 가까운 다치아이가와에 놓인 하마가와바시는 한때 ‘눈물다리’라고도 불렸다. 죄인이 형장으로 향할 때 가족이나 친구가 이 다리에서 마지막 이별을 고하며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에 비치는 하늘은 그때와 변함없는 푸르름을 머금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수많은 슬픔이 흘러갔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현대의 소란 속에 조용히 자리한 스즈가모리 형장 터는 과거의 역사를 조용히 이야기한다. 이곳을 찾음으로써 에도 시대 사람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시간을 넘어선 이 장소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실을 더듬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