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왕자의 거리 모퉁이에 조용히 자리한 쇼조쿠이나리신사는, 세월의 흐름에 닦여진 주홍색 도리이가 방문객을 조용히 맞이한다. 경내에 발을 들이면 도시의 소음이 멀어지고, 쾌적한 정적이 퍼진다.
이 땅에는 한때, 커다란 느릅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그 이름도 ‘쇼조쿠에노키’. 전설에 따르면, 매년 섣달 그믐밤이 되면 간토 각지에서 여우들이 모여 이 느릅나무 아래에서 옷차림을 갖추고, 오지이나리신사로 참배하러 갔다고 한다. 여우불이 밝혀지는 밤, 농민들은 그 불빛의 수로 이듬해의 풍년을 점쳤다고도 전해진다. 이 풍경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우키요에 ‘오지 쇼조쿠에노키 섣달 그믐의 여우불’에도 그려져, 에도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월이 흘러, 쇼와 4년(1929년), 도로 확장으로 인해 쇼조쿠에노키는 벌목되었으나, 그 터에는 쇼조쿠이나리신사가 세워졌다. 경내에는 쇼조쿠에노키의 비석이 조용히 서 있어, 옛 모습을 지금에 전하고 있다.
매년 섣달 그믐에는, 지역 주민들에 의해 ‘오지 여우 행렬’이 재현된다. 여우 가면을 쓰고, 가미시모 차림의 사람들이 쇼조쿠이나리에서 오지이나리신사까지 행진하는 모습은 마치 시간을 초월한 환상적인 무대와 같다. 이 행사는 헤이세이 5년(1993년)부터 시작되어, 이제는 오지의 겨울 풍물시가 되었다.
쇼조쿠이나리신사의 제신은 우카노미타마노카미로, 상업 번창과 화재 방지의 신으로 신앙을 받고 있다. 특히 하츠우마 날에는 많은 참배객이 찾아와, 화재 방지 연이나 부적을 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내의 고마키츠네는 열쇠나 구슬을 물고, 방문객을 지켜보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옛 전설을 지금에 전하는 이야기꾼 같다. 또한, 사전의 문에는 여우 가면이 장식되어 있어, 쇼조쿠에노키의 전설을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쇼조쿠이나리신사는 도시의 한 구석에 있으면서도, 옛 전설과 현대가 교차하는 곳이다. 방문하는 사람은 이곳에서 시간의 흐름을 잊고, 여우불이 밝혀지는 환상적인 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