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비와 산조 고분

1300년의 시간을 지켜온 군마현 다카사키의 고대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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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마현 다카사키시의 고요한 산골짜기에는 시간을 초월해 서 있는 석비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덴무 천황 시대인 681년에 세워진 산조비(야마노우에비)입니다. 높이 111cm의 휘석안산암에 새겨진 53자는, 호코지의 승려 장리(나가토시)가 돌아가신 어머니 구로메노토지(구로메노토지)의 명복을 빌고, 그 혈통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기록한 것입니다.

비문에는 사노 3가(佐野三家)를 하사받은 다테마모리노미코토(健守命)의 손자인 구로메노토지가 신카와노오미(新川臣)의 자손인 오오고노오미(大児臣)에게 시집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이가 장리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비문은 일본어 어순에 따라 한자를 배열한 가장 오래된 역사 자료 중 하나로, 당시의 언어 문화를 오늘날에 전하고 있습니다.

산조비의 동쪽 옆에는 지름 약 15m의 원분인 산조 고분이 조용히 잠들어 있습니다. 7세기 중엽에 축조된 이 고분은 정교하게 다듬은 석재를 쌓아 만든 석실을 가지고 있으며, 원래는 구로메노토지의 아버지의 무덤으로 조성되었고, 나중에 구로메노토지가 합장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곳은 고대 호족들의 숨결을 지금도 전하는 소중한 장소입니다. 산조비와 산조 고분은 국가지정 특별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201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의 기억"에도 등재되었습니다. 이는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증거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순간이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긴 돌계단을 오르며, 고요함에 싸인 이 땅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시냇물 소리가 고대의 기억을 일깨웁니다.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손가락으로 더듬으면 1300년 전 사람들의 마음이 시간을 넘어 가슴에 전해져 옵니다.

산조비와 산조 고분은 단순한 돌덩이나 흙더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고대인들의 사랑, 존경, 그리고 가족에 대한 깊은 유대가 지금도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견뎌온 증인입니다. 이곳을 찾는 일은 우리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실을 느끼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