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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푸른 숲이 우거진 구마모토현 니시키마치의 한적한 마을에 발을 들이면, 과거의 메아리가 들려오는 듯한 곳이 있다. 이곳은 '니시키 히미츠 키치 뮤지엄'으로,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3년, 해군이 건설한 '히토요시 해군 항공기지'의 흔적을 간직한 장소다.
이 지역은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 분지에 위치해 있어, 왜 해군이 이곳에 기지를 세웠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러나 당시 이곳은 적의 눈을 피하기에 적합한 '비밀'의 장소였다. 기지에는 길이 1,500m, 폭 50m의 콘크리트 활주로가 있었으며, 이는 당시 구마모토현에서 유일한 것이었다. 활주로 주변에는 본부 청사, 실습동, 병사 숙소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뮤지엄에 들어서면, '아카톤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93식 중간 연습기'의 실물 크기 모형이 눈에 띈다. 이 비행기는 오렌지색으로 칠해져 있어, 그 모습이 마치 붉은 잠자리와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 6,000명이 넘는 예과 연습생들이 이곳에서 비행기 정비술을 배우며 하늘을 꿈꿨다.
뮤지엄의 전시실에는 기지의 역사를 담은 대형 연표와 함께, 귀중한 실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류세이'라는 함상 공격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풍동은 그 희귀성으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끈다. 또한, 프로파간다 포스터의 변천사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가이드 투어를 통해 지하 어뢰 조정장에 들어서면, 높이와 폭이 각각 5m에 달하는 입구와 총 연장 233.6m의 거대한 지하 시설이 펼쳐진다. 이곳은 손으로 파낸 흔적이 벽면에 남아 있어, 당시의 노동의 흔적을 생생하게 전한다. 또한, 지하 병사호와 지하 작전실, 무선실 등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뮤지엄의 카페에서는 '히토요시 해군 키마 카레'를 맛볼 수 있다. 이 카레는 당시 해군이 먹던 카레를 재현한 것으로, 그 맛을 통해 과거의 시간을 음미할 수 있다. 또한, 기념품 가게에서는 '아카톤보' 색상의 전통 장난감 '키지마'와 '하나테바코' 등이 인기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전쟁의 상흔과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장소다. 산속 깊은 곳에 숨겨진 이 비밀 기지는,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에 전하며, 미래를 향한 교훈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