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산겐자야의 소란을 벗어나 차자와 거리를 걷다 보면, 갑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있다. 그 옥상에서는 거대한 고릴라 오브제가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고, 오른손바닥에는 랜드셀을 멘 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다. 이 광경은 마치 쇼와 시대 영화의 한 장면을 잘라낸 듯한, 향수와 놀라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이 빌딩은 1979년 3월에 준공된 3층 건물로, 지역에서는 ‘고릴라 빌딩’으로 친숙하게 불린다. 그 이름의 유래는 옥상에 자리 잡은 이 거대한 고릴라 오브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고릴라는 한때 일본 영화에서 사용된 세트의 일부였으며, 빌딩의 오너가 그 매력에 이끌려 인수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의 제목은 확실하지 않지만, 쇼와 시대에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작품의 일부가 지금도 이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빌딩 2층에는 2005년 3월에 오픈한 ‘K-1 GYM SILVERWOLF’가 입주해 있다. 이곳은 K-1 미들급 스타 선수인 마사토가 공개 연습을 했던 체육관으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격투기 팬들이 찾는 장소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4년에는 초대 타이거 마스크 사야마 사토루가 설립한 ‘슈퍼 타이거 짐’이 이 빌딩에 있었다. 사야마는 이곳에서 약 1년간 훈련을 쌓으며 프로레슬링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 빌딩은 격투기 역사와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빌딩 1층에는 창업 50년을 자랑하는 양과자점 ‘아몬드’가 자리하고 있다. 초대 점주 요네다 미노루 씨는 고릴라 빌딩이 탄생할 당시를 아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그 시절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빌딩 오너는 원래 스시집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영화에서 사용된 고릴라 오브제를 인수해 옥상에 설치했다고 한다. 이 독특한 발상이 산겐자야의 랜드마크를 탄생시킨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국 각지에 ‘고릴라 빌딩’이라 불리는 건물이 늘고 있지만, 산겐자야의 고릴라 빌딩은 그 원조라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약속 장소의 표식이나 화제의 소재가 되어, 거리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다. 또한, 인근 음식점에서는 고릴라를 모티브로 한 메뉴가 등장하는 등, 그 영향력은 다양하게 미치고 있다.
이 빌딩의 존재는 쇼와에서 헤이세이, 그리고 레이와로 이어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변함없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고릴라 오브제가 지켜보는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공간이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놀라움과 향수를 계속해서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