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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호의 잔잔한 수면 위에 주홍색으로 칠해진 대형 도리이가 조용히 서 있다. 아침 해가 동쪽 하늘을 물들이면, 그 빛이 호수 표면에 반사되어 도리이를 황금빛으로 감싼다. 이 광경은 마치 신들이 강림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듯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 도리이는 오미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대사로 여겨지는 시라히게 신사의 상징이다. 사전(社伝)에 따르면, 약 이천 년 전, 스이닌 천황 시대에 황녀 야마토히메노미코토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제신(祭神)은 사루타히코노미코토로, 천손 강림 때 길을 안내한 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도(導)의 신, 길을 여는 신으로 신앙받고 있다. 그 이름처럼 흰 머리카락과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의 모습으로 그려지며, 장수와 연명의 신으로도 숭배를 받고 있다.
호수 안의 대형 도리이는 쇼와 12년(1937년)에 오사카의 약상(藥商) 고니시 큐베에의 기부로 세워졌다. 예로부터 호수 안에 도리이가 나타난다는 전설이 있었으며, 이를 재현하는 형태로 세워진 이 도리이는 현재 비와호를 대표하는 경관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신비로운 광경을 보기 위해 찾는다.
경내에는 요사노 텟칸·아키코 부부가 읊은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시라히게의 신 앞에 솟는 샘, 이것을 떠 마시면 사람의 마음이 맑아진다"는 이 노래는 사당 앞에 솟는 맑은 샘물을 노래한 것으로,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씻어내는 듯한 울림을 가진다.
또한 9월 5일과 6일에 열리는 예대제에서는 "나루코 마이리"라는 신사가 거행된다. 이는 만 2세가 된 아이에게 신전 앞에서 이름을 지어주고, 그 이름을 3일간 부르며 아이의 무사한 성장과 장수의 가호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이 신사에는 근교뿐만 아니라, 교토·오사카·고베 등 전국 각지에서 많은 참배객이 찾아온다.
시라히게 신사의 본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유언에 따라 그의 아들 히데요리가 카타기리 가츠모토를 집행관으로 삼아 지은 것으로, 국가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정사각형의 명확한 평면을 가지고 있으며, 메이지 시대에 배전이 재건될 때 본전에 접속되어 현재와 같은 복잡한 지붕 형태가 되었다.
비와호 호숫가에 서 있는 이 신사는 사계절의 풍경과 함께 방문하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봄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다. 가을에는 단풍이 경내를 물들이고, 겨울에는 설경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이곳에는 변함없는 고요함과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이 펼쳐져 있다.
시라히게 신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예로부터 사람들의 신앙과 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장소이다. 호수 안의 대형 도리이를 통해 바라보는 비와호의 풍경은 방문자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일상의 소란을 잊게 해준다. 이곳에 서면 시간의 흐름이 천천히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신들에 대한 경외심이 솟아오른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꼭 호숫가에 서서 조용히 눈을 감아보길 바란다. 파도 소리, 새의 지저귐, 바람의 속삭임이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일상의 피로를 치유해줄 것이다. 시라히게 신사는 그런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