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사라지는 의자

롯폰기 힐즈의 투명한 예술, 비와 함께 사라지는 순간의 아름다움

About

롯폰기 힐즈의 케야키자카를 내려가면, TV 아사히 신사옥 앞에 조용히 자리 잡은 투명한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디자이너 요시오카 토쿠진 씨가 2003년에 제작한 ‘비에 사라지는 의자’이다. 높이 약 1미터, 폭 98센티미터, 깊이 75센티미터의 이 의자는 특수 광학 유리로 만들어져 있으며, 주변 경치를 비추면서 마치 공기의 일부가 된 것처럼 보인다. (tokujin.com)

맑은 날에는 의자 표면이 빛을 받아 반짝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그러나 비 오는 날이 되면, 그 존재감은 완전히 달라진다. 빗방울이 의자 표면을 타고 흐르면서 주변 경치와 하나가 되어, 의자가 마치 비에 사라져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 현상은 유리 표면에 새겨진 물결무늬와 빗방울이 융합되면서 만들어진다. (asahi-mullion.com)

이 의자는 롯폰기 힐즈의 개장에 맞추어 스트리트스케이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되었다. 요시오카 씨는 유리라는 소재가 지닌 투명성과 존재감을 살려, 도시 풍경에 녹아드는 디자인을 목표로 했다. 그는 “앉는 사람의 생각이 더해져야 비로소 작품으로 완성된다”고 말하며, 실제로 앉아봄으로써 작품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생겨난다. (asahi-mullion.com)

이 의자가 설치된 케야키자카는 롯폰기 힐즈와 TV 아사히를 잇는 보도로, 주변에는 많은 예술 작품과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도시의 소란 속에서, 이 투명한 의자는 조용히 존재하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잠깐의 안식과 놀라움을 제공한다. 비 오는 날 이곳을 찾아 의자가 비와 하나가 되는 모습을 직접 본다면,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비일상적인 아름다움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