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동물원역: 시간 속에 멈춘 역

쇼와 시대의 흔적과 예술의 장소로 거듭난 우에노의 철도 역사

About

우에노의 숲 한켠, 도쿄국립박물관과 도쿄예술대학 사이에 조용히 자리한 작은 역사가 있다. 그 삼각 지붕은 마치 국회의사당의 미니어처처럼 보이며,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듯한 고요함을 머금고 있다. 이곳은 한때 ‘박물관동물원역’으로 사랑받았던 장소이다.

1933년, 게이세이 전철이 닛포리에서 우에노 공원까지 연장되었을 때, 이 역은 제실박물관(현 도쿄국립박물관)과 온시우에노동물원으로 가는 관문으로 개업했다. 그러나 그 건설에는 남다른 고생이 있었다. 역사가 세워진 땅은 황실의 ‘세전어료지’였으며, 건설에는 천황 폐하의 칙허가 필요했다. ‘품위가 결여되어서는 안 된다’는 엄명 아래, 철도성 건축과가 설계를 맡아 서양풍의 장엄한 건축물이 탄생했다. (keisei.co.jp)

역사의 외벽에는 아칸서스 잎을 본뜬 장식이 더해졌고, 내부의 돔 천장은 부드러운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승강장의 길이는 4량 편성의 열차가 간신히 정차할 수 있을 정도였고, 시대가 흐르며 열차 편성이 길어지자 정차할 수 있는 열차가 제한되어 이용자는 점차 감소했다. 1997년에 영업이 휴지되었고, 2004년에는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keisei.co.jp)

폐지 후에도 역사는 그대로 남아, 2018년에는 철도 시설로는 처음으로 ‘도쿄도 선정 역사적 건조물’로 선정되었다. 도쿄예술대학과의 연계로 역사는 문화·예술 창조의 장으로 재생되어 때때로 일반 공개나 이벤트가 개최되고 있다. 역 내에는 한때의 낙서와 일본식 화장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쇼와 시대의 모습을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trafficnews.jp)

현재 게이세이 전철의 열차가 이 역을 통과할 때, 차창 너머로 어둑한 승강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한때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문화의 향기가 넘쳤던 우에노의 관문으로서 번성했던 시절의 흔적이다.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면서도 그 역사와 아름다움을 조용히 이야기하는 이 역사는, 우에노의 숲 속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