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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이른 아침, 금沢의 조용한 거리 한켠에 자리한 묘립사(妙立寺)는 겉보기엔 평범한 사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곳은 '닌자사찰'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그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비밀과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1643년, 가가번의 세 번째 번주인 마에다 도시쓰네(前田利常)는 도쿠가와 막부의 감시와 외부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이 사찰을 건립했다. 외관은 단층 건물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4층 7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23개의 방과 29개의 계단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이는 당시 막부의 규제로 3층 이상의 건축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외부의 눈을 속이기 위한 지혜로운 설계였다.
사찰 내부로 발을 들이면, 곳곳에 숨겨진 장치들이 방문객을 놀라게 한다. 입구에 위치한 헌금함은 평소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필요시에는 바닥이 열려 침입자를 함정에 빠뜨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벽장 안의 바닥을 열면 숨겨진 계단이 나타나며, 이는 긴급 시 빠르게 이동하거나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장치들은 모두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사찰과 그 안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혜의 산물이다.
사찰의 중심부에는 깊이 25미터에 달하는 우물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우물은 금沢성으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는 위급한 상황에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경로로 활용되었을 것이다. 또한, 본당 지붕 끝에 위치한 유리로 된 망루는 주변을 넓게 조망할 수 있어, 적의 움직임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와 정교한 장치들은 단순한 방어 목적을 넘어, 당시의 정치적 긴장과 불안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마에다 도시쓰네는 도쿠가와 막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겉으로는 어리석은 척 행동하며,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이는 그의 지혜와 통찰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오늘날 묘립사는 그 신비로운 구조와 역사적 배경으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찰 내부를 탐방하며, 방문객들은 과거의 지혜와 창의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역사의 숨결과 인간의 지혜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금沢를 찾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