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박 기념 공원 동쪽 광장

일본 오사카부 스이타시에 위치한 넓은 잔디 광장

2024년 4월 5일, 만개한 진다이아케보노 벚꽃.   万博紀念公園

About

만박기념공원의 동쪽 광장에 발을 들이면, 마치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마음을 감싼다. 이른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잔디밭을 어루만지며, 밤새 맺힌 이슬방울들이 반짝이는 보석처럼 빛난다. 공원의 나무들은 오랜 세월을 견뎌온 듯한 위엄을 지니고, 그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바닥에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곳은 1970년 오사카 엑스포를 기념하여 조성된 공원으로, 일본의 근대화와 국제화를 상징하는 장소다. 당시 엑스포는 '인간의 진보와 조화'를 주제로 삼아, 세계 각국의 문화와 기술을 선보이는 장이었다. 그 중심에 위치한 이 동쪽 광장은, 엑스포의 열기와 활기가 가득했던 공간으로, 지금은 그때의 기억을 조용히 간직하고 있다.

광장 한편에는 거대한 태양의 탑이 우뚝 서 있다. 이 조형물은 예술가 오카모토 타로의 작품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세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이곳 동쪽 광장을 향해 미소 짓고 있어, 마치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일본 전통 정원의 요소들이 섬세하게 배치되어 있다. 작은 연못에는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돌다리와 석등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풍경은 일본의 미의식을 반영하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봄이 되면, 이곳은 벚꽃의 향연으로 가득 찬다. 분홍빛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마치 눈송이처럼 공중을 떠다닌다. 가족과 연인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꽃놀이를 즐기며,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진다. 이러한 풍경은 일본의 전통적인 봄맞이 행사인 '하나미'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가을에는 단풍이 공원을 붉게 물들인다. 노란 은행나무 잎과 붉은 단풍잎이 어우러져, 마치 화려한 수채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시기에는 전통 음악 공연이나 다도 체험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려, 방문객들에게 일본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공원의 한쪽에는 작은 신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소원을 빌거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장소로, 신사의 종을 울리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신사 주변에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나무들이 서 있어, 그 그늘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색에 잠기기 좋다.

만박기념공원의 동쪽 광장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이곳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방문객들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되어준다. 이곳을 거닐다 보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