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쿠기엔

이모야마와 세야마

About

도쿄의 번잡한 도심 한가운데, 고요한 정원 속에 자리한 두 개의 작은 언덕이 있다. 이곳은 '도쿄 육의원'의 '매산'과 '배산'으로 불리는 곳으로, 일본 전통 정원의 정수를 담고 있다.

매산과 배산은 서로 마주보며, 마치 오랜 친구처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매산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배산은 그 곁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형상이다. 이 두 언덕은 일본의 전통 정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연의 축소판'을 구현한 것으로, 작은 공간 안에 산과 계곡, 강과 호수를 담아내려는 조경 기법의 일환이다.

봄이 오면 매산과 배산 주변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분홍빛 물결을 이룬다.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언덕을 감싸는 모습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여름에는 푸른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 붉게 물들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겨울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고요한 정취를 더한다.

이곳은 에도 시대의 유명한 정원사에 의해 조성되었으며, 당시의 귀족과 문인들이 자연을 감상하며 시를 읊고 사색에 잠기던 장소였다. 특히 매산과 배산은 중국의 명산을 본떠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며, 동양의 이상적인 자연미를 담고자 하는 염원이 깃들어 있다.

정원 안을 거닐다 보면, 작은 다리와 연못, 그리고 정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풍경을 선사한다. 매산에 오르면 정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배산의 정상에서는 멀리 도쿄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는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 도시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일본의 전통 정원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어간다. 매산과 배산은 단순한 언덕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자,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장소이다.

도쿄의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매산과 배산이 품고 있는 고요한 자연의 품에 안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곳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음의 평온을 되찾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