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몬 유적지

헤이안쿄의 정문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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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화려한 역사의 무대였던 이곳, 교토시 남구의 한적한 공원 한켠에 서면, 과거의 영광과 전설이 서린 땅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곳은 바로 평안경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했던 라성문(羅城門)의 옛터이다.

794년, 간무 천황은 새로운 수도로 평안경을 세웠다. 그 중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주작대로(朱雀大路)의 남단에는 웅장한 라성문이 세워졌다. 폭 약 35미터, 깊이 약 9미터, 높이 약 21미터에 이르는 이 이층 누각은 붉은 칠과 흰 벽으로 장식되어, 수도의 위엄을 상징하는 문이었다. 문 위에는 도시를 수호하는 의미로 비사문천상이 안치되었다고 전해진다. (www2.city.kyoto.lg.jp)

그러나 이 웅장한 문은 자연의 힘 앞에 무력했다. 816년의 강풍으로 처음 붕괴되었고, 재건되었지만 980년의 폭풍우로 다시 무너졌다. 이후 재건되지 못한 채, 문 주변은 점차 황폐해져 갔다. 사람들은 이곳을 두려워하며, 밤이면 귀신이 출몰한다는 전설이 퍼졌다. 특히, 무사 와타나베 츠나가 이곳에서 귀신의 팔을 잘라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leafkyoto.net)

현재 이 자리에는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그 한쪽에 "라성문 유적지"라는 석비가 세워져 있다. 이 석비는 1895년, 평안천도 1100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것으로, 과거의 영광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www2.city.kyoto.lg.jp)

이곳에 서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때 수도의 정문이었던 이곳은 이제 조용한 공원으로 변모했지만, 그 땅에 스며든 역사의 흔적과 전설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과거의 이야기들이 귓가에 속삭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