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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의 게이요선 지하 콩코스를 걷다 보면, 문득 시선을 사로잡는 웅장한 석고 부조가 있다. 이 작품은 전후 얼마 지나지 않은 1947년, 점령군 철도사령부인 R.T.O(Railway Transportation Office) 대합실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당시 운수성의 건축 기술자들은 "점령군의 눈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없을까"라고 고민하며, 일본의 명소와 경관을 석고 부조로 표현하기로 결의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도안과 총감독을 맡은 이는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하고, 일본인 최초로 프랑스 정부 공인 건축사(D.P.L.G) 자격을 취득한 나카무라 준페이였다. 그의 지휘 아래, 당시 신진 조각가였던 혼고 신, 다바타 잇사쿠, 다테하타 가쿠조, 시라이 켄지로, 기타치 간지, 나카노 시로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부조는 도카이도와 국립공원 등 일본의 명소와 유적, 일본 지도를 석고로 표현하여 R.T.O 대합실의 세 벽면에 설치되었다. 그 후 도쿄역 마루노우치 역사의 보존·복원 공사에 따라, 2012년에 게이요선 지하역으로 이전되었다.
이 부조는 전후 혼란기 속에서 일본의 아름다움과 문화를 다시 인식하게 하는 상징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현재도 도쿄역을 찾는 사람들에게 일본 풍경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깊이를 계속해서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