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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구 햐쿠닌초의 소란에서 한 걸음 들어서면, 그곳에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작은 가게가 자리하고 있다. 그 이름은 ‘하루코로’. 아이누어로 ‘동료’를 의미하는 이 가게는, 도쿄 한가운데에서 아이누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드문 장소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벽 한가득 아이누의 전통적인 무늬가 그려진 깃발과 사진들이 장식되어 있어, 마치 홋카이도의 대지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배경음악으로는 아이누 민요가 조용히 흐르며, 도시의 소음을 잊게 해준다.
메뉴를 펼치면, 익숙하지 않은 요리 이름들이 줄지어 있다. ‘라타시케푸’는 호박을 사용한 무침 요리로, 은은한 단맛과 허브의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모시토세트’는 감자, 호박, 쑥을 사용한 혹한지의 저장식품으로,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특징이다. 그리고 ‘오하우’는 된장 베이스의 국물 요리로, 일본인과의 교역을 통해 얻은 된장을 사용한 아이누 요리의 대표격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에조사슴의 야생고기 요리다. ‘에조사슴 스테이크’는 적당한 식감과 진한 감칠맛이 특징이며, 행자마늘과 함께 맛보면 산의 은혜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사슴덮밥’은 건강한 사슴고기가 듬뿍 올라간 푸짐한 한 그릇 요리로, 달콤한 소스가 밥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음료도 개성이 넘친다. ‘하스캅 생맥주’는 홋카이도 특산 하스캅을 사용한 과일향 맥주로, 상쾌한 산미가 특징이다. ‘다시마 소주’는 다시마의 감칠맛이 응축된 깊은 맛으로, 요리와의 궁합도 뛰어나다.
가게 내부는 20석 정도의 아담한 공간으로, 아늑한 분위기가 감돈다.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손님도 많으며, 아이누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고 있다. 신오쿠보역에서 도보로 단 몇 분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이곳만큼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하다.
‘하루코로’는 도쿄에 있으면서 아이누의 전통과 미각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장소다. 도시의 소란을 벗어나 이문화의 바람을 느끼고 싶을 때,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