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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센주(南千住)의 소란에서 한 걸음 발을 들이면, 그곳에는 고요함과 역사의 무게가 감도는 장소가 있다. 도요쿠니산 에코인(豊国山回向院), 한때의 고즈카하라(小塚原) 형장 자리에 자리한 이 절은 에도 시대부터 수많은 영혼을 위로해왔다.
경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관장기념비(観臓記念碑)’이다. 이는 메이와 8년(1771년), 난학자 스기타 겐파쿠(杉田玄白)와 마에노 료타쿠(前野良沢) 등이 이곳에서 형사자의 해부에 참여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체신서(解体新書)』를 번역한 것을 기념해 세워진 것이다. 일본 의학의 여명기를 상징하는 이 비석은, 조용히 방문객들에게 당시의 열정과 탐구심을 전하고 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세이의 대옥(安政の大獄)으로 목숨을 잃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하시모토 사나이(橋本左内), 요리 미키사부로(頼三樹三郎) 등의 무덤이 나란히 있다. 그들의 묘석은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그 뜻을 전하고 있다. 특히 요시다 쇼인의 무덤은, 그의 문하생들이 후에 세타가야(世田谷)의 쇼인 신사(松陰神社)로 개장했지만, 이곳에는 최초의 묘석이 남아 있어 방문객의 가슴을 울린다.
또한, 네즈미코조 지로키치(鼠小僧次郎吉)나 다카하시 오덴(高橋お伝) 등 에도 시대의 유명한 죄인들의 무덤도 이 땅에 있다. 그들의 무덤은 역사의 이면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전하고 있다.
경내 한쪽에는 쇼와 38년(1963년)에 일어난 요시노부 짱 유괴 사건의 피해자를 위로하는 요시노부 지조손(吉展地蔵尊)이 모셔져 있다. 이 지조손은 현대에도 사람들의 마음의 의지가 되고 있다.
에코인 주변에는 한때의 고즈카하라 형장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인접한 엔메이지(延命寺)에는 형사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해 세워진 ‘목베임 지조(首切地蔵)’가 있으며, 높이 3.6미터의 그 모습은 시대를 넘어 방문객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곳은 에도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교차하는 장소로, 방문객에게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조용히 이야기해준다. 소란 속에 자리한 이 고요한 공간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선인들의 마음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